[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작년도 장마철인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우리 지역에 비가 100mm도 안 왔다. 그야말로 장마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다니 9월에 비가 조금 내리자 언론에서는 가을장마라고 표현하면서 9월의 비를 나타냈다.

그런데 금년도에도 이런 현상이 중복되는 듯하다. 장마철에 조금 비가 오더니 장마철이 훨씬 지난 8월 초에 집중호우가 수도권부터 동서로 띠를 형성하고 남하하면서 청주, 청양, 부여를 강타하고 남쪽 지방까지 내려가면서 기록적인 비를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00년 만의 폭우라고 표현했으며 어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기상청장은 8월 초순에 내린 비는 장마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고 아마도 세계 어느 컴퓨터도 예측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름철에 내리는 비의 명칭을 학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필자에게 이 비의 작명 기회를 준다는 나는 주저 없이 ‘놀부비’라고 지어 보겠다.

이렇게 갑자기 내린 폭우는 결국 20여 명의 인명피해를 냈고 엄청난 재산피해는 물론 이재민 발생, 차량 침수로 이어지면서 국민의 삶에 어마어마한 상처를 입혔던 것 이다. 8월 10일에는 우리 청주지역에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내리면서 무심천에 홍수경보가 내려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시간당 100mm의 폭우는 어느 정도냐 하면 시간당 30mm 이상 내리는 비를 보통 집중호우라고 표현하는데 시간 당100mm 면 어느 정도인가를 상상해 보면 알 것이다.

이 폭우 피해로 정부는 수도권 지역과 부여 청양 등 8개 시군구와 강남구 개포1동, 여주 금사면, 산북면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구제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장마철도 아니고 그렇다고 태풍에 의한 피해도 아닌 보통의 비가 큰 피해를 입힌 것을 보면서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후는 이젠 어떤 식으로 우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8월 말이 되어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젠 우리에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심술만 부리는 놀부비가 3~4일간 계속 내리더니 급기야 제 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더 내리면서

계절 가을로 접어드는 문턱에서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 충주지역에서는 추석 명절에 출하를 위해 가꾸어온 사과에 탄저병이 심하게 나타나면서 일부 농가는 농사를 포기할 정도로 심각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방제약을 살포해야 하는데 수확을 앞둔 것도 문제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관계로 약제 살포 시점을 잡지 못하면서 농업인들은 애간장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막바지 수확을 하고 있는 고추의 경우도 노지에서 탄저병이 심화되면서 마지막 수확은 버려야 하는 실정이다.

가을 날씨가 좋아야만 달콤한 가을을 약속하는 포도, 배 등의 과일도 이처럼 계속되는 바로 인해 당도가 좋을 일이 없으며 물기를 많이 머금은 과일은 갈라지고 터지는 열과현상이 나타나면서 많은 피해를 가져다줄 것은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수확을 앞둔 벼의 경우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조생종의 경우 추석에 햅쌀을 내기 위한 수확 작업이 한창인데 비가 계속 내리면서 어려움을 줄 것이며 중만생종은 등숙기에 접어들어 햇볕이 모자라면서 수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젠 처서가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었는데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것은 결코 우리 농업에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나?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좋은 계절에 놀부처럼 비가 계속 내리면서 쌀값의 계속된 하락으로 멍이 든 농업인의 가슴에 놀부 비가 또 한 번 충격을 가하고 있다.

장마철에도 내리지 않던 비가 왜 수확을 앞둔 이 시점에 내리면서 한해 농사를 망치게 하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비는 추석인 다음 주에도 내린다는 예보가 잡혀있다.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을걷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명절을 앞둔 농업인의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 자연을 원망해 봐야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이젠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다스려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한 부메랑일 것이기에 결국 우리 손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자연을 거스를 순 없지만 바르게 잡아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며 지구를 보존하고 지속 가능케 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하기에 탄소를 줄이고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오염원을 제거하면서 자연이 되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또 어떤 재앙에 부딪혀 크나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이루고 가꾸는 환경이 된다면 지금의 놀부비도 결국은 우리 곁을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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