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강태재 대표의 기자회견이 30일 오후 열렸다. 본보가 특종보도한 중·고등학교 학력위조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루 전인 29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씨는 진정성을 보여줬다. 최근 몇몇 언론사에서 자신의 학력과 관련된 취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지난 28일 하루 종일 고민한 결과 문화재단 대표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었다. 강씨는 그러면서 복잡한 심경을 보여주듯 자신의 어려웠던 중·고교 시절을 들려줬다. 무려 20여 분에 걸친 전화통화가 끝난 뒤 기자의 코 끝이 찡해졌다.


- 강태재씨의 '고해성사'

당초 검토했던 '강태재씨 학력 미스테리 증폭'이라는 기사가 '평생 멍엡사퇴하겠다'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뜨린 것이다.강씨의 학력 위조와 관련된 내용이 충청일보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된 지난 29일 밤부터 곳곳에서 전화가 폭주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였다.그 때까지만 해도 기자는 '자진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30일 오전 충북도청 기자실은 하루종일 분주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기자회견이 열렸고, 도내 신문·방송사들의 취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충북도청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씨가 대표 직을 고수할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도청에서 흘러나온 대표직 고수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과거 학력 위조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하되, 충북문화재단 대표로 내정된 상태에서 제출한 이력서에는 'd고 중퇴'로 적시돼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가 지난 5월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d고 졸업'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 것은 업무 담당자가 정식으로 확인하지 않은 단순한 참고자료였을 뿐"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강씨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흘렸다. 카메라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순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은 구태 정치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장면과 너무도 흡사했다.


-'난 로맨스·넌 불륜'


기자회견의 요지는 "평생 멍에를 쓰고 살아왔는 데 한 기자의 전화 취재로 자신의 과거가 밝혀져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뒤 청주를 떠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출범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는 충북문화재단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는 심경으로 임명권자인 이시종 지사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등으로 압축된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이 용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 충북문화재단이 흔들리는 것은 강 대표 때문이다. 오히려 사퇴하면 조기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ngo 간부로 충북도 개방형 국장 낙마를 주도했던 사례와 무엇이 다르냐"는 등기자들의 잇따르는 질문에 대해 강씨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물쩡 넘어가는 태도로 일관했다.

지난 29일 전화로 취재하면서 느꼈던 연민이 모두 사라졌다. 진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십수년 간 지역의 대표 ngo 대표와 간부 등으로 활동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모 기자는 "평생 도덕성을 내세우면서 정치인과 공무원의 '저격수'로 살아 온 노(老) ngo 간부의 추악한 위선과 가식이 눈물 몇방울로 감춰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환멸스럽다"고 개탄했다.



/김동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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