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이 위기에 당하면 꼬리를 잘라주고 도망을 친다. 청개구리가 뱀을 만나면 죽은 시늉을 하면서 가만히 있다. 그리고 까투리 새끼들이 하늘을 빙빙 도는 수리가 있으면 발랑 나자빠져 배의 솜털을 바람에 날리게 하여 마른 풀처럼 보이게 한다. 이렇게들 하여 목숨을 부지하려고 꾀를 부린다. 그러나 이러한 꾀부림은 속임수의 잔꾀가 아닐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까닭이다. 도마뱀은 도마뱀을 속이지 않고 청개구리는 청개구리를 속이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을 해칠 수 있는 다른 것에만 속임수를 써서 살아남는 꾀를 부릴 뿐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을 속이고 훔치고 죽이기도 한다. 마음속을 터놓고 서로 나눌 수 있는 벗을 지닌 사람은 행복하다.

벗은 동료가 아니다. 동료는 하는 일로 해서 만난 사람이지만 벗은 삶의 뜻이 서로 맞아 일생을 함께 걷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슬픔을 서로 나누면 절반으로 가벼워지고 기쁨을 서로 나누면 두 배가 되게 하는 벗은 마음을 서로 주고받는 통로를 지닌다. 그 통로에는 함정이나 덫 같은 것이 없다. 마음을 서로 섞어 하나가 되어 뉘우침이나 허물 따위가 없다면 곧 참된 벗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추한 것을 싫어한다. 눈은 고운 것을 보면 한번 더 보고 귀는 감미로운 가락이 들리면 기울인다. 코는 향기를 탐하고 입은 맛있는 음식을 탐한다. 향기로운 것, 감미로운 것, 그리고 맛있는 것, 고운 것 등등은 몸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에 속한다. 이처럼 사람의 몸도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눈이나 귀나 코나 입이나 몸뚱이가 아름다운 것을 탐하는 것은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름다우면 선한 것이고 마음이 악하면 추한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란 선악을 아울러 간직하므로 사랑할 줄 알면서 미워할 줄 알고 벗을 사귀면서 적을 만들고 참말을 할 줄 알면서 거짓말을 한다. 아름답고 선한 모습이 마음에 있는가 하면 더럽고 추하고 악한 모습도 숨기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사랑함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어진 사람이 참다운 미인이다. 마음이 고와야 사랑할 줄을 아는 까닭이다. 얼굴이 예쁘다고 미인은 아니다. 마음이 예뻐야 미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혹하다가 망신을 당하고 얼굴값을 한다고 후회한다. 본처가 예쁘면 박색의 애첩을 얻는다고 한다. 예쁜 얼굴보다 예쁜 마음을 뒤늦게 안다는 뜻일 것이다. 어질다는 것은 마음이 곱다는 말이며 고운마음이 곧 사랑함이다. 이러한 사랑함이 없다면 아무리 유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은 삶을 사랑해야 하는 까닭이다. 행복한 삶만을 탐내고 불행한 삶을 싫어하는 것은 삶을 온전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항상 행복과 불행이 아울러 꼬여 있으므로 어진 마음은 삶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삶을 사랑한다.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지나쳐도 탈이고 삶의 불행을 저주해도 탈이다. 잔인한 상처를 입는 까닭이다.

상처는 겉이든 속이든 싫다. 겉 상처는 보기에 흉하고 속 상처는 마음을 병들게 한다. 짐승은 겉 상처를 입히지만 사람은 속 상처를 입힌다. 그래서 짐승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나와 너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세상은 아름답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 아름다운 세상은 누구나 그리워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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