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위드 경제야 놀자!

A씨는 B마을회에 2016년 7월 “마을회관 부지 부분을 증여하는 대신, B 마을회는 이에 따라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A씨의 숙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이른바 ‘부담부 증여’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A씨의 이와 같은 증여의사는 서면상으로는 표시되지 않았고, 증여를 약속한 마을회관 부지 부분 역시 B 마을회에 증여하지도 않았지만 B 마을회는 이와 같은 부담부 증여 약속에 따라 A씨의 숙모에게 지급하기로 한 부담 300만원을 모두 이행하였다. 이후 B마을회는 A씨가 증여하기로 한 토지 상에 건물을 세워 토지와 건물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A씨는 B마을회가 자신의 토지 소유권을 침해하였다며 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B마을회는 마을회가 A씨로부터 부담부 증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반소를 통해 A씨가 B마을회에 대하여 위 토지에 대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A씨는 부담부 증여라 하더라도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민법 제555조에 따라 해제를 하겠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여와 부담부 증여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증여란 말 그대로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는 계약을 말한다(민법 제554조). 즉, 유상으로, 즉 돈을 주고받아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매매와 달리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무상으로, 즉 돈을 주고받지 않고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계약인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증여계약에 일종의 대가관계가 부가되면 그 때부터는 부담부 증여가 된다(민법 제561조). 부담부 증여 관계가 인정된다면 증여를 하는 입장에서는 만약 약속한 부담을 증여 받는 쪽에서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도 증여를 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A씨는 B마을회에 마을회관 부지를 증여하는 대신 B마을회가 A씨의 숙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부담’을 부가시켜 ‘부담부 증여’계약을 체결하였고 B마을회는 A씨 숙모에게 이미 300만원을 지급하였다. A씨 입장에서는 B마을회가 이미 부담부 증여 상의 부담을 이행하였으니 A씨 역시 자신이 약속한 마을회관 부지 부분을 B 마을회에 증여를 해야 할 판이다. 이에 A씨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민법 조항(제555조)을 들어 B 마을회에 위 증여계약은 해제되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이러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법 제555조 상의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는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부담부 증여에 관한 조항(민법 제561조)에 우선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부담부 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즉, 비록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은 증여계약이라 하더라도 부담을 이행한 쪽에서는 위 증여계약이 이행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므로 단지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여 경솔하게 증여 의사표시를 한 수증자의 뜻을 우선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부담부 증여계약의 경우에도 증여에 관한 해제 조항은 적용이 되지만 부담의 이행이 완료된 이후에는 증여자가 민법 제555조에 의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 약력 

▲ 조태진 변호사
▲ 조태진 변호사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한양대학교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 / 변리사

㈜굿위드연구소 자문 변호사

굿위드아카데미 법률 강사

대한특허변호사회 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변호사

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고문변호사

(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전)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이코노믹리뷰 / 삼성생명 WM 법률칼럼니스트

내일신문 경제칼럼니스트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