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密告)의 사전적 의미는 '남몰래 넌지시 일러바침'이다. 조작(造作)은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든다'는 뜻이다. 충북대학교 김승환 교수는 9일자 모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충북문화재단 강태재 전 대표의 사퇴와 관련된 문제를 '밀고와 조작'이라는 두 단어로 정리했다. 이는 충북문화재단 설립에 깊숙히 관여했던 김 교수가 '밀고와 조작'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충북문화재단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를 오류와 오보(誤報)로 '조작'하기 위한 만들어낸 말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언론과 기자들에 대해 "능력부족인지, 여건부족인지, 아니면 언론의 정론직필의 정신이 없는 것인지 그 것도 아니면 총체적인 난맥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김 교수에 비해 언론 종사자들이 똑똑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분야에 국한된 편협함보다는 훨씬 방대한 정보와 자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깔보기'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제보자를 밀고자로 둔갑시켜


김 교수는 특히 "밀고의 전후를 공개한 충청일보 김동민 정치부장이 '충격적'이라고 쓴 것은 악의성이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그는 이어 "일간지 정치부장이 충격을 받을 정도의 내용을 밀고한 사람은 '문화예술계' 인사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 문화예술인일 가능성과 취재원 보호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 달리 기술했을 가능성 등 두가지다"고도 했다. 그는 덧붙여 "여하튼 누가 그런 비겁하고 비열한 행위를 했는 지는 자연히 밝혀질 것이다"고 엄포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문화재단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제했던 상황에서 김 교수의 '밀고와 조작'은 지역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놀부 심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논리의 비약'을 지적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기자가 강태재씨 '허위 학력'과 관련해 최초로 보도한 뒤 본보 편집국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 교수는 문화재단 사태와 관련,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본보 간부의 답변에 대해 김 교수는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아가 "충청일보가 보도한 기사에 대해 특종상을 줘야 하지 않겠냐. 적절한 기사를 잘썼다고 생각한다. 언론으로서 이런 일을 꼭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는 것이다. 그랬던 김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정반대의 입장을 피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문학 교수의 의심스러운 언론관


기자는 차라리 김 교수가 학자의 양심을 걸고 "허위 학력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다만 문화재단 출범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역 사회의 총의를 모아주는 데 언론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주기를 희망해왔다. 하지만, 국어학자답게 너무도 은밀해서 부정적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밀고'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과 군사정권 시절 횡행했던 '조작'이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언론에 대해 독설로 일관한 김 교수의 칼럼을 보고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더욱이 '밀고'라는 표현으로 폄훼한 '제보'는 우리나라 전 분야에 걸쳐 형성된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진보적 성향의 학자와 ngo 등이 '내부 고발자 보호관련 법률'을 그토록 요구했던 상황을 상기해보면 '헛웃음'을 참을 수 없다. 평생 멍에로 생각했던 자신의 '학력 문제'를 언론 취재를 계기로 벗어던지려 했던 강태재씨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문화재단 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ngo가 특정 언론사를 협박하는 것과 '밀고와 조작'이라는 자의적 표현으로 언론을 재단하는 김 교수의 행위 모두는 견강부회(牽强附會)의 대표적 사례임을 깨닫기 바란다.




/김동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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