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다 아는 것처럼 최순애가 가사를 쓰고, 박태준이 곡을 붙인 동요 '오빠 생각'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일 것으로 기억된다. 50여 년이 훌쩍 지난 기억인데도 여전히 생생한 것으로 보면 장기기억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이 동요를 풍금으로 연주하셨고, 우리는 풍금 소리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가사에 등장하는 '뜸북새, 뻐꾹새'는 제대로 알지 못했으나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라고 했던 가사와 리듬은 이미지와 함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가사 속의 오빠가 말을 타고 서울로 가는 장면과 아름다운 구두를 사 오는 장면을 아련히 그려보았다. 

유년의 아름다운 추억은 나의 성장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쳐 늘 음악과 친숙한 관계를 만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색소폰과 드럼을 배우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하여 삶의 안식처를 마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음악교육이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게 해준다.

  언젠가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음악 교과를 등한시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몸을 바꾸는 학교 교육과정은 마침내 음악 교과 수업 시수를 축소하였다. 영어 교과가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확대되어 그 자리를 채운 것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이 작은 파장은 우리 교육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초등학교에 영어 교과목이 생겨나니 자연스럽게 음악 교과 이론시험이 없어졌다. 교과 이론시험이 없으니 음악 교과는 학부모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세계화를 위한 영어 교과의 중요성을 보도하고 영어 학원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더불어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영어 학원으로 몰려가고, 상대적으로 음악학원은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방과후학교를 통하여 음악교육의 빈틈에 메우려 했으나 사교육의 빈자리를 제대로 채우지는 못하였다. 

국립대학 중에 음악교육학과가 없는 곳이 다수 있다는 사실은 음악교육의 현주소를 잘 알려준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경제 논리로 학과를 선정하다 보니 이러한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대학에서 음악 교사를 육성하지 못하니 음악교육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사사로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음악은 우리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 심각성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창의적 감성 인재가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음악교육은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사고를 촉진하고 상상력을 발달시킨다. 아울러 두뇌를 발달시키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음악교육은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아이들의 감성과 인성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감성과 인성이 메말라버린 아이, 감동할 줄 모르는 아이, 컴퓨터 같은 아이, AI 같은 아이, 괴물 같은 아이가 득세한다면 우리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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