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자기주도적 학습, 메타인지 왜 안되나요?"

최근 교육청 및 학부모 대상 두뇌 특강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두뇌 개발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나의 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성인들에게 뇌를 떠올리거나, 얘기해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쭈글쭈글한 뇌 형상을 얘기한다. 무의식적으로 뇌도 생물학적 기관 중 하나로 배워온 탓이다. 어릴 적 뇌교육 훈련을 습득한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가볍다, 무겁다, 우울하다 등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뇌교육의 시작은 뇌를 생물학적 기관이 아닌, 변화와 계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최근 TV를 보거나 길을 걷다 보면,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단어가 들어간 광고나 홍보물을 쉽게 접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왜 자기주도적 학습이 안될까요?”라는 궁금증을 쉽게 보인다.

그런데 메타인지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두뇌 기제일까? 자기주도적 학습이 지식적 학습만으로 가능할 것일까? ‘자기주도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훈련 습득에 따른 신경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고등인지기능임을 안다면, 선뜻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뇌훈련 분야 국가공인 자격인 브레인트레이너에서 제시하는 두뇌훈련법을 보아도 그 범위와 단계별 차이가 선명히 드러난다. 두뇌훈련법의 종류는 크게 기초두뇌 훈련법, 인지기능 훈련법, 창의성 훈련법으로 나뉜다.

인간의 뇌는 평상시 생명현상 유지를 위한 근본적인 기능에서부터 감정기제, 인지사고, 학습 등 복잡한 고등기제까지 다양하게 발현된다. 파충류, 포유류에 비해 영장류가 언어, 거울뉴런(mirror neuron), 메타인지, 창의성 등 다양한 고등기능을 갖지만 분명한 사실은 동물적 생명기제의 근간이 바탕을 이룬다는 점이다. 인간은 고등 동물이며, ‘동물(動物)’의 ‘動’이 ‘움직일 동’이며, ‘움직임(motion)’이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을 구분 짓는 기준임을 상기하자.

생물종의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움직임의 다양성과 복잡성, 감정기제를 통한 행동의 예측 그리고 언어와 고등정신기능을 가진 생명체로의 진화적 개체이다. 즉,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훈련에 해당하는 기초두뇌 훈련이 상위의 인지기능 훈련, 창의성 훈련을 수행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초중등학교에서 아이큐(IQ) 집단검사를 시행하지도 않고, 심장이 인체의 총사령탑이라고 얘기하는 시대도 아니다. 메타인지는 두뇌 기능 중에서도 가장 고도의 수행력이 수반되는 상위 훈련법에 해당한다. 메타인지의 또 다른 명칭이 ‘상위 인지’인 이유이다.

이제는 자기주도 학습과 메타인지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두뇌의 원리와 기전을 알아야 할 시대가 되었음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 인류 과학이 밝혀낸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 허상과 환상으로 점철되어 지식 기반 학습만으로 메타인지가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심신(心身) 상호작용의 총사령탑, 뇌를 빼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양식, 자기계발을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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