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틴 메이어의 『교육전쟁』과 사토 마나부의『교육개혁을 디자인 한다』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 교육 현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한국 교과서는 시험 정답이라 학생들이 그대로 습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의미심장했다. 이렇게 교과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다보니 학생들의 자립적 사고력, 분석력, 비판력, 융통성, 창의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학교는 지식과 기능을 일제식으로 전달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암기 중심의 학습을 조직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경쟁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 개인주의적 학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았다. 분필과 교과서로 진행하는 수업, 칠판과 교탁을 앞에 두고 한 방향으로 책상과 의자를 줄지어 늘어놓은 수업은 박물관 자료실로 옮겨질 산물로 여긴다.

이러한 지적에 기대지 않더라도 교과서와 분필, 칠판, 교탁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15?2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몇 개의 탁자에서 일제식 수업이 아니라 주제를 중심으로 탐구하는 협동학습을 통해 서로 배우고 익힌다. 여기서 말하는 협동학습은 학습효과 뿐만 아니라 극단적 개인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데에도 바람직한 교수-학습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협동학습은 교수-학습과정에서 같은 조원이라는 유대감으로 친밀감을 느끼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발전하며 긍정적인 자아개념과 학생들의 숨어있는 다양한 재능을 개발할 수 있다. 아울러 학습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혼자서 학습한 경우보다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 자신감과 도전에 필요한 기질, 성향, 태도 등이 개발된다는 점. 다른 학습자의 학습방법을 관찰하고 배울 수 있다 점.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 협력적 태도를 형성하여 학습력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점 등을 장점으로 제시할 수 있다.

반면에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점. 잘못된 이해가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또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 소집단 내에서 또래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학습자의 경우에는 상호작용의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 유능한 학습자가 알면서도 일부러 집단 활동에 동참, 기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점 등을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협동학습은 기존의 경쟁학습, 개별학습, 전통적 소집단 학습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학습자 모두는 학습동기를 부여받고 공동의 학습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때문에 교수-학습 중심의 인지적 영역뿐만 아니라 정의적 영역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협동학습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소집단을 재편성하고, 과목별로 소집단을 다르게 편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습 집단 간의 부익부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역할을 분담하거나, 집단보상을 강조하는 등 협동학습 기술 개발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청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원래부터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며, 기회균등이 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험과 서열을 없애고 발달의 관점으로만 학생들을 평가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단계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협동하는 동료의식 배양을 중시한다. 그들은 경쟁원리보다는 협동을 통한 공생원리에서 더 많을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세계 1등 교육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