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할로우는 원숭이에게 '철사엄마' '헝겊엄마'실험을 했다. 갓 태어난 새끼원숭이를 어미원숭이와 격리시킨 뒤 철사로 어미 원숭이모양을 만들고 그 '철사 엄마'에게서는 우유를 먹을 수 있게 했다. '헝겊엄마'는 우유를 먹을 수는 없지만 포근한 헝겊으로 만들어져서 새끼원숭이가 매달렸을 때 따뜻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실험대상 아기원숭이는 배가 고플 때만 잠시 '철사엄마'에 붙어 있는 우유를 먹고는 이내 '헝겊엄마' 곁으로 돌아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포착되었다. 새끼원숭이는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철사엄마'보다 따뜻한 접촉을 느낄 수 있는 '헝겊엄마'를 더 좋아했다. '접촉위안(contact comfort)' 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오래된 실험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품의 위력에 대한 이야기 이다.

우연히 '나는 엄마다' 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쉼 없이 울어대는 아기를 버리고도 싶었다는 30대 주부의 모습을 보며 하던 일을 멈추고 그 프로를 끝까지 시청했다. 큰며느리 생각이 났다.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큰 손녀딸이 어렸을 때에 어찌나 울어대는지 나는 그 아이를 보아 줄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태어나서 두어 달이 될 때까지는 그야말로 한번 울기 시작하면 목소리가 변하도록 악을 쓰며 우는 바람에 등줄기에 땀이 나고 이웃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며느리는 산 후 우울증 증세가 생겼고 다시는 아기를 갖지 않겠다고 말을 하는 것으로 아기 키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 며느리가 둘째 아이를 순산 했다. 둘째를 가질 무렵 한창 재롱을 피우는 큰딸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 잊었었나보다. 물론 나도 내 아이 셋을 키우며 힘들었던 일을 잊고 있었기에 며느리가 아이 키우며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었는지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엄마다'프로 내내 처음으로 엄마를 경험하는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두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어할 며느리가 떠올랐다. 첫 아이를 키울 때는 하루 한 끼 정도 밖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육아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둘째 아기는 순해서 먹으면 자고, 먹으면 놀고 하니 첫 애를 낳고 나서 얻었던 우울감이 사라질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생선찜을 잘 먹기에 싸 주마고 했더니 따뜻해서 음식이 맛있는 거라고 한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젖 달라는 아이 때문에 더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며 사양한다. 자주 불러서 맛난 것을 해먹이고 방긋거리며 잘 웃는 손자 녀석도 안아봐야겠다. 엄마의 마음이 포근해야 젖을 먹는 아이도 안정감과 애착이 형성되지 않을까. 산 후 스트레스로 '철사엄마'처럼 날카로워진 엄마들이 '헝겊엄마'를 떠올리며 수유하는 동안 눈을 맞추고 포근한 느낌이나 촉각적 만족을 끊임없이 아기에게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육아로 힘들었던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지만 아이에게 남은 기억은 평생을 가기 때문이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시계는 간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엄마의 포옹은 기적처럼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2010년 3월 호주 시드니에서 쌍둥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27주 만에 1킬로그램도 안 되는 미숙아로 태어난 한 아이는 태어난 지 20분 만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의사로부터 사망선고를 통보받은 엄마는 의사에게 부탁했다. '한번만 안아보아도 될까요?' 그리고 엄마는 환자복을 벗고 자신의 가슴에 아기를 밀착시키고 죽은 아기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아가, 엄마의 심장 소리가 들리니?,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그렇게 아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동안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의사는 사망 후의 일시적 반사 반응이라고 했지만 엄마는 멈출 수 없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쓰다듬으며 아기의 생명을 불렀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아기는 작은 손을 뻗어 엄마의 손가락을 잡았다.

누구나 그렇게 간절히 얻은 아기다. 그렇게 간절히 얻은 생명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손자를 바라보고 만져보고 안아보는 일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일상의 축복이다. 한번만 안아 봐도 되겠니? 며느리에게 묻는다.



/유인순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