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충북음악협회 회장을 하고 계시는 강진모 교수님이 계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흠뻑 나누어주는 삶을 사시는 분이시다. 가끔 새벽에 해장국 먹자고 톡이 오는데 정반대 위치에 살고있는 우리 집까지 데리러 오신다. 물론 꼭 식사 후 집에 데려다주고 가신다. 한마디로 이런 분 요즘 보기 어렵다. 이분이 일전에 톡으로 이런 글을 보내오셨다. 연말에 지난 한 해를 어찌 살았는지 그리고 새로 맞이하는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 주는 글이다. 

첫 번째 글이다. '운'이란 글자를 뒤집어 읽으면 '공'이 됩니다. 이는 '공'을 들여야 '운'이 온다는 뜻으로 공든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사회적인 지위가 아니라, 삶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느냐는 것이고,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남에게 무엇을 베푸느냐는 것이며, 얼마나 많은 친구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친구로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글이 연이어 붙어 있어서 너무 좋아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기다려주는 사랑'이다. 어린 여자아이가 양손에 사과를 들고 있었다. 엄마가 "네가 사과 2개가 있으니 하나는 엄마 줄래"라고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왼손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엄마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이렇게 욕심 많은 아이인지 미처 몰랐다. 그런데 아이는 잠시 뒤 왼손을 내밀면서 "엄마! 이거 드세요. 이게 더 달아요"

만약 엄마가 양쪽 사과를 베어 무는 아이에게 곧바로, " 이 못된 것, 너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라고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섣부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면, 아픔과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조금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몇 해 전부터 이상권 교수와 함께 음악 듀엣팀을 만들어 무대에 서곤 한다. 듀엣팀 이름은 오보컴브롬이다. 나는 지체장애인이고 이상권 교수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래서 우리 둘이 장애를 극복하고(오버컴) 히말라야 정상 13개 산맥 중 하나인 브롬으로 함께 올라가자는 뜻이다. 요즘 무대에 서면 반드시 필수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가시나무'란 노래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들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요즘 정치 현장을 보면 이분들의 헛된 바램들로 우리 민초들이 쉴 곳이 없고 편할 곳이 없다. 새해에는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민초들이 가시에 안 찔렸으면 한다. 아무튼 새로 오는 새해에는 인간관계에서나 민생현장에서 '기다려주는 사랑'으로 가득 차고, 서로 안 찔리고 살았으면 한다. 힘든 한 해였다. '해피 뉴이어~~'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