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양충석 칼럼니스트
포스트 코로나 경제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발(發) 금리인상,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치러진 카타르월드컵 축구경기가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끝났다.
우리나라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경기(景氣)가 얼어붙었지만 우리를 하나로 뭉치고 가슴 졸이며 응원을 하게 했다. 또한'중요한 것은 필승(必勝)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은 불굴의 투지로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고 모든 일정을 마쳤다. 비록 8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가 열린 추운 새벽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밤을 지새우며 끝까지 마음을 다해 응원을 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에 대한 애착,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라에 대한 소속감을 확인하는데 스포츠 응원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여러 뉴스거리가 화제를 모았다. 독일과 스웨덴은 일찌감치 예선 탈락을 했고, 강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과 포르투갈마저 16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경기와 관계없이 가장 눈길은 끈 것은 마지막까지 남아 경기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떠난 일본 응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수들도 사용한 라커룸을 말끔히 청소하고'감사하다'는 메모와 함께 접은 종이학까지 남겨놓고 떠났다고 하니,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일인데도 늘 화제를 모으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에겐 별난 일이기 때문이란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의무적으로 청소를 시키고 무단 투기엔 큰 벌금을 엄격하게 부과한다고 한다. 워낙 공공장소나 거리 풍경이 깨끗하기로 소문난 청소 선진국 일본이지만, 특히 연말이 되면 나라 전체가 청소로 들썩이는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단다. 즉, 이즈음에 가장 중요시되는 연례행사가 바로 대청소란다. 한 해를 대청소로 마무리하는 풍습 덕분에 일본에서는 어디를 가나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새해를 시작한다고 한다. 청소가 단지 육체적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정갈히 하거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80년대까지는 연말 대청소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었고 언론 등에서 의식적으로 캠페인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기 전에는 귀찮아도 막상 하고 나면 어딘가 뿌듯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던 옛 추억이 아스라하다. 올 연말에는 대청소라도 해서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
◇보람찬 마무리 희망찬 새해
검은 호랑이해라고 떠들썩했던 연초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마저 하순을 지나, 이제 연말이고 오늘이 동지다.
동지는'겨울에(冬) 이르다(至)'는 뜻이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로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대설(大雪)과 소한(小寒)사이에 있으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날이다. 동지를 지나면서 낮이 점점 길어지고 밤이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중국 주나라 때에는 동지를 새해의 첫날로 삼았으며, 고려시대까지 동지를 설날로 삼았다고 하니 절절한 마음으로 남은 한 해를 하나하나 잘 마무리해야겠다.
차가워진 날씨에 눈과 바람까지 더해져서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는 계절, 부디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바라며 검은 토끼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