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예올한의원 원장

1997년 한국의 양의사들은 초음파를 이용하여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조기 검진을 시작했다. 정부의 지원 아래 다른 암에 대해서도 초음파진단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1999년에 10만 명당 5건이 진단되던 갑상선암이 2011년에서 10만 명당 70건으로 폭증하였다. 이 중 삼 분의 이는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고 평생 약물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런 광범위하고 값비싼 공중보건 정책은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갑상선암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진단되는 암으로 가장 많이 수술과 처치를 받았지만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여전히 10만 명당 1명으로 변함이 없다. 즉, 조기 검진과 수술이 암 발병과 치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만 초래했다. 2014년 일부 전문의들이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갑상선암 검진과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지만 거부되었다.

2015년 세계적인 과학지인 '네이쳐'에 실린 내용이다. 조기 검진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맹신을 심어 폭리를 취하는 한국 양의계[양방 의료계]를 직접 비판한 칼럼이다. '네이쳐'에서 이런 참담한 사실을 폭로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암 조기 검진과 치료라는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과학기술의 산물인 첨단 의료기기로 현혹하여 사람들에게 맹신을 심은 대표적인 '과학 미신'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기술로 포장된 교활한 상술이 횡행하는 것은 무지와 맹신에 기반한다. 전문 용어와 왜곡된 데이터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는 대중을 미혹하는 수단이 된다. 우중을 기만하며 오일장을 떠돌던 약장수들이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침몰하던 제약계를 살리려던 어설픈 입법, 자정 능력을 잃은 대중매체 그리고 거짓 과학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 세기부터 첨단 의료기기를 임상에 활용한 양의계 또한 이런 풍조에 편승한 지 오래다.

질병에 대한 공포와 첨단 기기에 대한 맹신을 악용한 ‘과학 미신’은 양방 의료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각종 암을 조기 검진하여 치료할 수 있다는 허위 선전은 양의계가 창안한 ‘과학 미신’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암 진단의 태반이 허위라는 통계는 ‘네이쳐’ 칼럼과 일맥상통한다. 종양을 암이라고 허위 진단하고 수술 등 각종 처치와 검진으로 괴롭히다 5년이 지나면 완치되었다고 판정하는 것이 현 양의계 풍속이며 이에 감격하는 것이 현재 우중의 모습이다.

암은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나 치료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무수한 방법들이 제시되었으나 치료 효과는 없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상술에 지나지 않았다. 암에 대한 공포를 이용한 다양한 협잡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의료적 성과는 전혀 없었다. 암은 발병되지 않도록 평소 생활의 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행여 암으로 조기 진단된 경우 대부분 종양에 지나지 않는다. 진성 암이면 조기 발견되더라도 수술, 방사선 혹은 항암요법 등으로 치료되지 않는다. 종양이든 암이든 신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양방 처치를 받을 이유가 없다. 생활의 법도를 지키며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침 뜸 한약으로 독소를 제거하고 정기신혈과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하면 치료되거나 증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양방 의료가 발전한 서유럽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를 인지하여 수술 등 양방 처치보다는 전통의학이나 한의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양의계의 전횡은 새삼스럽지 않으나 사회 정의가 훼손되고 배금주의가 팽배한 근래에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를 관리 감독할 보건당국이 양의계와 밀월관계를 지속하는 한 자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스스로 몸과 건강에 대하여 올바른 지식을 쌓고 생활의 법도를 지키며 한의학의 도움으로 삶을 인간답게 영위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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