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정세윤 변호사

기술 개발을 주축으로 사업하는 기업에서는 영업비밀이 자산의 핵심이다. 이런 까닭에 사용자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용자와의 고용 관계를 통하여 혹은 고용 관계의 결과로써 지득하게 된 비밀정보에 대하여 절대 비밀로 유지해야 하며, 위임 업무의 수행을 위한 목적 범위 외로 사용하거나 어떠한 경우에도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 및 제3자에게 공개, 누설, 제공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으로 비밀유지와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도록 강제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해당 기업은 전문기술인력에 대해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고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제한할 수 있지만, 반면 근로자에게도 더 좋은 작업환경과 보수를 받는 직장으로 전직할 수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

전직금지약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하여 사용 중에 근로자가 회사에서 배운 회사의 고유한 영업비밀이나 영업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가지고 경쟁회사로 전직하여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약정이지만, 이러한 전직금지약정은 근로자가 헌법상 가지는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위반할 수 있어 제한적으로 효력을 가질 뿐이다.

그동안 법원은 이러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충하는 법익을 원만히 조정하기 위하여 많은 판례를 통하여 분쟁 해결을 위한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전직금지약정이 실질적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지에 관해 관련 대법원 판례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③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④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⑤ 근로자의 퇴직 경위, ⑥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따라서 본인이 사용자와 비밀유지서약서 또는 이와 유사한 기타 명칭의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였으나, 그 기간 내 퇴사하여 다른 기업에 고용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면, 위 대법원 판례의 6가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각 항목별로 본인에게 어떠한 유리한 증거들이 있는지 정리하여야 하겠고, 무엇보다 사실관계(영업비밀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만약 의문이 있거나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여 전략을 세우고 미리 소송에 대비하여야 한다. 섣불리 해당 회사에서 퇴사하자마자 경쟁업체에 고용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상당히 위험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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