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등 영향 난방비 파동
전기 가스비 등 공공요금 큰폭 상승
대중교통 소주 맥주값도 인상 유력
1년반만에기준금리 年3.5% 동결
상반기경기침체, 하반기에회복 전망
충북주력산업 반도체 가게임체인저
AI챗봇 열풍에수요크게늘어날듯
이차전지 약진도 지역경제에 희망적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고금리와 고물가는 여전하고 잠시 숨을 돌렸던 환율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연초 본격화된 에너지가격 인상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서민들의 어깨에 무게를 더했다. 고진감래라는 말로 위로하기에는 너무 쓰디쓴 현실이다.
고물가 고금리…허리띠 졸라매다 숨 막힐 지경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가 주춤했던 소비자 물가 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전기 가스 등 에너지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택시를 비롯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이 예고돼 있어 고물가 기조 해소가 요원해 보인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0으로 지난해 1월보다 5.2%상승했다. 기준년도인 2020년 물가 수준을 100으로 볼 때 2년간 10% 이상 물가가 오른 셈이다. 경제가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매년 물가가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폭이 문제다. 연 5%대 물가상승률은 소비주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실질소득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구매여력이 적은 서민들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상승폭이 둔화되다가 올 들어 다시 상승폭을키우고있다. 가장 큰 요인은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로 지난해 크게 오른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국내 요금에 반영됐다. 난방비 파동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정부는 에너지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지만 잠시 유예기간을 뒀을뿐 누적 적자분을 해소하려면 결국 인상이 불가피하다.
택시를 비롯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인 상압력이 커지고 있다. 식료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가격을 올린 소주와 맥주 등 대중적인 술 가격도 올해 또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그나마 1년반 동안 계속 오르던 금리가 더이상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한숨을 돌리게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준 금리를 3.50%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물가 불안은 여전하지만 경기 침체의 신호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4%감소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이어졌고 대내적으로는 고물가, 고금리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
2023년 국내경제 전망…상반기는 가시밭길
주요 경제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상반기 침체를 이어가다가 하반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는 경기 둔화폭이 깊어지다가 하반기에는 빠르게 회복이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의 하향 조정에도 2022년의 공급측 물가 압력이 공공요금 등에 시차를 두고 반영됨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올해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IMF는 2023년 세계경제성장률이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2022년(3.4%)보다 낮은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통상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을때 전망이고 중국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거나고 물가기조가 유지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높다.
하반기 경기 반등의 주요인이 중국경제의 회복이라는점에서 향후 중국에서 감염병확산이 충분히 제어되지 못하거나 중국의 부동산시장 하강이 경기에 파급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국내 위험요소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 등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전망은 이보다 더 어둡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6%로 지난 11월 전망수준(1.7%)보다도 낮다. 수출이 중국 IT경기 부진 등으로 큰 폭 감소했고 소비도 펜트업(억눌렸던수요가급속도로살아나는 현상)약화, 원리금상환부담 증대 등으로 회복 흐름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향후 성장경로에서도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둔화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팬데믹 국면 벗어나기 요원…하반기엔 회복할까
하반기 경기 회복 시나리오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는 충북 지역 주력산업이자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다.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가 우리나라 전체 경기의 분위기를 바꿀 만큼 비중이 크다.
반도체 수출 둔화가 지속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상반기 다운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2023년 전체적으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면서 "IT기업들 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의 사용량을 늘리고 점진적으로 시장 수요도 반등 할것" 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AI 챗봇 서비스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 될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챗GPT를 시작으로 많은 빅 테크 기업이 AI챗봇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생성, 저 장,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 수요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산업의 약진도 지역경제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충북은 LG에너지솔루션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엔켐, 더블유스코프 등 이차전지 소재기업 300개가 밀집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이차전지산업의 중심지역이다.
2021년 오창 1·2산업단지와 오창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가 이차전지 소부장특화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청북도, 청주시와 함께 2026년까지오창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는 지역 경제활성화 및 고용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다양한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매듭을 풀기도어렵다. 오를대로 오른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정상화되고 글로벌공급망이 재건될 때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큰 변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원유 등 에너지를 비롯해 식량과 주요 원자재 공급이 정상화되려면 전쟁 종식이 필수조건이다. 이웃한 중국이 봉쇄조치에서 벗어난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중국 경제가 본격 반등하기 시작하면 수출이 다 시 활발해지고 관광객들의 유입도 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활력을 찾을수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현상 여파로 올해 실물 경제 둔화와금융시스템 위험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가계부채 부담 완화,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강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책을 펴 민생경제의 활로를 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