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교회 찬양대 찬양을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마스크를 쓰고 찬양하는 것은 지휘자나 부르는 자나 다 힘들다. 마스크를 벗고 속 시원하게 찬양을 부르니 지난 3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은 필자가 퇴직한 원년이다.

퇴직하면서 세웠던 많은 계획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 너무 아쉬웠다. 여행계획은 취소되고 모임도 할 수 없으니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이 기회에 피아노를 배워 새벽기도시간에 찬송가 반주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반주 책을 구입해 바로 학원 등록을 했다. 세상엔 쉬운 게 없다. 피아노는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꾸준히 연습하여 지금 반주를 하고 있으니 잘했다 싶다.

그러던 중 시낭송가로 잘 나가는 친구가 시낭송을 배워 보라고 했다. 친구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아닌 줌으로 한다며 해보란다.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시낭송이라 바로 신청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에 상관없이 집에서 배우는 시낭송 수업은 매력 있었다.

유명한 시인들의 좋은 시를 운율에 따라 낭송을 하고나면 많이 쑥스럽지만 좋다. 2년이 넘는 동안 좋은 시 100여 편을 배웠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 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좋다.지난 연말에는 서울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과 그동안 배운 시로 멋지게 낭송도 하고 공연도 하며 멋진 발표회도 가졌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어느 날은 집근처에 새로 생긴 캘리그라피공방의 예쁜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글씨에 반해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공방에는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 액자 등 많은 작품들이 잘 왔다고 손짓하는 것 같다. 망설일 이유 없이 그날 등록을 했다. 필자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림을 그려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그림에 문외한으로 살아왔다.

공방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그림도 배우면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작품을 만들어 하나 둘 집에 가져와서 현관 앞에 부쳐 놓으니 나만의 멋진 갤러리가 되었다. 우리 엄니는 친구 분들이 오시면 우리 며느리가 그린 거라며 자랑하기 바쁘시다.

캘리를 배우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겨 공방을 찾는 이들에게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다. 공방이 집 옆에서 먼 거리로 이사를 갔지만 배우는 기쁨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퇴직 후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것으로 일상이 무너졌지만 지나간 긴 시간을 뒤돌아보며 나 자신에게 참 잘했다며 토닥토닥 해줬다. 3년 동안 열심히 배운 피아노는 새벽기도 반주자로 자리를 잡아 예배를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었다. 집에서 줌으로 배우고 있는 시 낭송은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고 역대의 시인들을 만나 교감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가.

거기다 캘리로 배운 글씨와 그림을 지인들에게 선물도 할 수 있으니 더 무얼 바라겠는가. 코로나 펜데믹으로 막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와 더불어 잘 살아왔으니 이 또한 감사하지 않은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