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 해석에 "반어법 이해 못 하나"며 적반하장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시범지역 선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시범지역 선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글을 써 연일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과 사과 요구를 받고 있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사과의 문제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9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시범지역 선정 브리핑 이후 발언 정정이나 사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3자 변제 해법이 일본 책임이 없다거나 그걸 용서해 준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친일파' 관련 발언에 대해 "반어법을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어려운 결단에 소신을 밝힐 수 있다"면서 "도민들의 비난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도 비슷한 옹호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치단체장으로서 같은 당 대통령을 옹호하고 엄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번 행동은 자치단체와 지역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신의 영달을 위한 아첨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의 의견과 국민 정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중 생존한 3명 모두 정부의 '3자 변제'를 반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을 보면 국민들도 3자 변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사저널·시사리서치가 지난 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무선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정부 강제동원 3자 변제안에 대해 '찬성한다'라는 의견은 37.8%(적극 찬성 22.2%, 어느 정도 찬성 15.6%)에 불과했다. 

반면 '반대한다'라는 의견은 59.5%(절대 반대 47.4%, 대체로 반대 12.1%)에 달했다. 

나이와 지역별로는 70세 이상,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응답에서 '반대'가 높았다.

또 매일경제신문·리얼미터가 7~8일까지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3자 변제'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유무선 전화 병행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자의 57.9%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잘한 결정'이란 응답은 37.8%에 그쳤다.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협력 효과에 대해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55.3%로 '개선될 것'이란 응답 42.3%보다 많았다.

한 피해자 유족은 '3자 변제 반대 기자회견'에서 "가해자 일본이 반성할 생각이 없으니 엎어놓고 가자는 격으로 이를 어떻게 용기로 포장할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복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김 지사는 입만 열면 헛소리"라며 "대처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일본관계에 있어 그런 발언은 민심을 자극하는 말이며 과도하고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쉽게 용인될 수 없는 부분으로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정부를 두둔하며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는 김 지사의 망언은 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배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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