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가격 2년 새 2배 뛰어
수입벌 대체… 수정능력 저하
상품성 떨어지는 기형과 우려
딸기‧복숭아 재배 농민 ‘한숨’

▲ 충북 옥천군 청성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딸기 생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 충북 옥천군 청성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딸기 생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양봉 농가에서 월동하던 꿀벌이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벌 수급에 비상이 걸린 시설 농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충북 일부 지역에서 월동 꿀벌의 집단 실종과 폐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천군에 따르면 최근 군내 양봉농가의 꿀벌 월동상황을 조사한 결과, 152농가에서 9325통이 폐사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벌통을 기준할 때 월동 전 1만7359통의 53%에 달한다.

이번 조사에서 농민들은 꿀벌 피해 원인(중복 응답)을 집단 폐사(97농가), 집단 실종(98농가), 원인 불명(55농가), 응애 등 질병 발생(38농가) 순으로 꼽았다.

꿀벌의 실종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당장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꿀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꿀벌 한 통의 가격은 2021년 20만원에서 최근 40만~50만원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일각에선 ‘금벌’이라 부를 정도다.

이같이 벌통 가격이 급등했지만, 농가들은 꿀벌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농가에서는 꿀벌보다 저렴한 수입산 호박벌 등을 수정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딸기는 다른 과일 품목과 다르게 ‘벌에 의한 꽃가루받이’ 과정이 필수적이다 보니, 최근 전국에 걸쳐 발생한 꿀벌 실종 현상에 딸기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성면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보통 하우스 한 동에 벌 한 군을 넣으면 충분한데, 지난해부터 갑자기 벌이 고사하거나 사라졌다”며 “꿀벌이 없어서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형과 등 상품성이 없는 딸기가 생산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수정용 꿀벌가격이 급등하고 구하기조차 힘들어 1통 6만원을 주고 호박벌 6통을 구매해 대체 활용하고 있다”며 “꿀벌에 비해 가격은 싸지만, 수명이 2개월로 짧고 수정 능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농민 B씨는 “딸기는 다른 과일과 다르게 사람이 붓으로 꽃가루받이 작업을 할 수 없다. 인건비가 안 된다”며 “딸기 농가야말로 꿀벌 실종 현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설하우스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원면에서 복숭아 가온 재배를 하는 C씨는 “어렵게 수입 벌을 구해 수정작업을 이달 초부터 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산 벌보다 활동이 왕성하지 않아 분무기로 인공수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이능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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