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경찰서, 장발에 3일간 구류

지난 10일부터 발효한 개정 경범죄처벌법에 의거 지나친 장발을 한 젊은이가 제1호로 구류 처분을 받았다.

23일 청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청주시 남문로 295에 사는 용우(23)씨를 지나친 장발로 적발, 즉심에 회부했는데 개정 경범죄처벌법 제149호에 의거 3일간의 구류처분(청주지방법원 김종건 판사담당)을 내렸다.

그런데 장발을 구류 처분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또 개정 경범죄처벌법에 적용 처리한 것도 처음이다. <8641·1973324일자 3>

 

1970년대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자유로운 영혼들은 또 그로 인해 통제를 많이 받았던 세대이기도 했다. 그 젊은이들을 자유와 통제라는 대척점에 놓이게 한 세 가지는 장발과 청바지, 통기타였다.

1970년대를 관통하는 그것들은 자유와 반항의 상징이었다. 포크송이 유행했고, 그들은 장발머리에 기타를 치며 자유를 노래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고, 통제에 대한 반항이었다.

가수 윤복희가 파격적으로 선보였던 미니스커트도 같은 맥락이었던 듯싶다.

·고등학생 시절의 빡빡머리, 2.5만 넘으면 바리깡을 들이밀면서 머리 한복판에 고속도로를 내 버렸던 선생님들의 무자비한 손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획일화를 요구했던 일제 잔재의 풍경들이었다.

학생들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회인까지 그 영역을 넓혔으니, 이른 바 장발족 단속이 그것이다.

지금이야 경찰이 무슨 두발 검사를 하겠냐만, 그 시대엔 그것이 사회로부터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장발족에 대한 단속은, 이를테면 박정희 정권이 젊은이들이 꿈꾸는 자유에 대해 획일화라는 메스를 가한 통제였다. 개성을 표출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용납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기사를 보면, 스물 세 살의 이용우씨가 장발족 단속에 걸려 구류 3일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그때 스물 세 살의 젊은이였던 이용우씨는 지금 일흔 세 살이 됐을 것이다. 장발족 1호로 적발됐던 그 젊은이는 이젠 황혼의 나이, 그는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참 궁금하다.

1971122일 집권 8년 차에 접어들었던 박 정권은 부처별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50여 개에 달하는 이 지시사항엔 장기집권에 필요한 국민 감시 규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문화 전반에 걸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검열을 주도했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에게 히피 머리형의 장발족은 국영 방송 뿐만 아니라 민간 텔레비전 방송에도 절대 출연하지 못하게 하라고 직접 지시했을 정도였다고.

경찰은 길거리에서 히피 머리형의 장발족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였고, 시민들은 마구잡이로 연행돼 머리를 깎이는 수모를 당했다. 하기사 기사에서 보이듯 장발이라는 이유로 구류 처분까지 당했으니, 참 이해 못할 시대였다.

/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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