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이던 지난 세기말부터 영국의 전통의학 육성을 진두지휘하였다. 양의학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던 때였다.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국소 병변 제거에만 집중하여 무분별한 수술, 약물 남용, 방사선 조사 등으로 의료비 지출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였으나 치료 효과는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체의학이나 보완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한의학과 중의학의 진가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양의학의 한계와 폐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파업으로 그 실체가 더욱 드러났다. 미국, 이스라엘, 스페인, 크로아티아,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의료 파업을 맞이하였고, 의료 시스템의 일시정지가 국민 건강과 보건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였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사망률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으며, 의료 파업 기간이 길수록 사망률은 대폭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양의학에 대한 맹신이 깨지며 회의가 싹튼 전환점이 되었다.
찰스 왕세자의 전통의학 육성 노력은 이런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정부와 지도층도 전통의학 육성에 동참하였다. 11년에 걸친 찰스 왕세자의 노력은 가시적 성과를 얻어 급기야 2006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통합을 추진하는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만방에 알렸다. 찰스 왕세자는 처칠을 인용하여 '과거와 현재가 다툰다면 우리는 미래를 잃을 것이다'라고 설파하였다.
반면 우리 한의학은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말살 기조가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어 존폐 위기에 몰린 적도 있으며 양의계와 보건 당국의 극심한 견제로 서서히 고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한의계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낮아져 처참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양의계와 보건당국의 탄압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각국의 전통의학 의료진 중에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당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의료기기 사용 금지는 한의학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다. 한편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법이면서 찰스 왕세자가 그 효과를 극찬한 침과 한약은 양의계에서 신의료기술이라고 빙자하며 점진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한의학은 우리 역사와 함께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보건 그리고 문화에 심대한 공헌을 했다. 의식주 모든 분야에 한의학 숨결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왕조 역사가 긴 우리나라는 문화의 깊이만큼이나 의학의 정수를 궁구하여 왔으며, 중국이 잇따른 전란으로 의학의 맥이 끊길 때마다 우리 한의학은 그 맥을 잇도록 도움을 주었다. 21세기에 이르러 미국 하버드 의대, 존스홉킨스 의대 그리고 미 국방성은 우리 한의학이 축적한 지식과 의료기술을 도입하고자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다.
중국은 정부 수립부터 중의학 육성에 매진하여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의 메카로 인식되고 있다. 구미 각국은 전통의학을 육성한다거나 양의학을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침뜸 한약에 대한 한의학 지식을 도입하여 그들의 의료시스템에 접목하고자 노력한 지 오래다. 반면 우리나라는 구미 각국이 탐내는 한의학을 냉대하여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
코로나 백신 사태만 보더라고 보건당국은 국민 건강과 보건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양의계와 그들의 이권만을 추구하는 듯하다. 손쉽게 결정되는 건강보험료 인상, 부작용을 도외시한 각종 백신 사업, 보험 약가의 과다 책정으로 인한 지속적인 불법 커미션 사태, 효과가 없거나 의문시되는 건강검진과 조기암 검진사업, 과다 검진과 약물 투여에 대한 방조, 전관예우 등 무수한 현황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찰스 3세와 같이 식견있는 정치 지도자의 도래가 간절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