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건조한 기후에 강풍까지 불면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적극적인 대응 대신 술자리를 가진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산불로 산림·소방당국과 제천시 등이 비상근무에 돌입한 지난 3월 30일 오후 한 청년단체와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낮 12시 괴산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 행사 등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오후 5시 30분쯤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충북도립교향악단 연주회에 참석하려 충북도청을 나섰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10분쯤 제천시 봉양읍 명도리 봉황산에서 산불이 나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으나 그는 현장을 찾지 않았다.
오후 9시쯤 연주회 일정이 끝나자 청년단체와 비공식 간담회 자리를 가졌고, 그는 30~40분간 머물며 청년 문제 등을 놓고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당시 행사 사진을 보면 테이블 위에 맥주병과 소주병, 안주가 놓여 있었다.
김 지사가 술자리를 가졌던 당시 제천에선 야간 산불 방화선 구축이 한창이었다.
화선과 가까운 동막마을과 명암실버타운 주민 15명은 인근 봉양읍 행정복지센터로 대피해 밤새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이번 산불은 31일 오전 9시 30분쯤 진화됐다.
논란이 일자 김 지사 측은 “술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신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또 “김 지사가 산불 진화 상황을 관계부서를 통해 보고를 받았다”며 “일정상 산불 진화 현장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논란을 더욱 키운 건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김 지사의 해명이었다.
밤새 이어진 산불 상황에서도 인접 지역 술자리에 참석해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그는 “다시 생각해도 현장에는 안 가는 것이 옳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3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브랜드 슬로건 브리핑 중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2일) 옥천 산불 현장도 제가 가면 여러 가지 혼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돌아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괴산군 자택에 있던 그는 옥천군 군북면 야산 산불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산불 현장으로 향하다 대책본부까지는 가지 않은 채 옥천군 안내면사무소에 머물다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내놓은 해명은 이렇다.
도 재난안전실장, 옥천군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안 오는 게 좋겠다고 했고 진화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는 것이고, 산불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제천시 봉황산 산불이 발생한 날 술자리에 참석한 배경과 입장에 관한 질문에는 “할 말이 많으니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비껴갔다.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과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도지사의 책임과 역할 또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게 기본이다.
진화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란 것도, 세월호 참사에 대처 능력 부족을 드러낸 채 ‘걸림돌’만 됐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수장이 해야 하는 일이란 게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컨트롤 타워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는 수장은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된다.
어설픈 해명 대신 겸허한 자세의 반성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