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와 청주병원이 병원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양 측의 충돌까지 발생했다.

청주시는 지난 8일 오전 병원 주차장에 펜스를 설치하기 위해 작업 인력과 굴착기를 동원했다. 법원의 강제집행으로 점유권을 회복한 청주시로서는 재산의 훼손을 막고, 병원 측과 맞닿은 시청 후관 철거를 위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청주병원 측은 이날 굴착기와 작업자 진입을 막아섰다. 그리고 펜스 설치는 무산됐다.

병원 측은 볼멘 목소리다.

오전 640분부터 펜스 작업자가 병원 출입구에 나타났는데, 시민을 보호해야 할 청주시가 환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말 아침까지 작업을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시는 병원 측을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경찰에 신고한 뒤 2시간여 만에 현장에서 물러났다.

청주시의 철거 강행 입장은 법적 토대위에 있다.

1차 강제집행 후 병원 측이 주차장 차단봉을 훼손했다는 것이고,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펜스 설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부지는 법원에서 청주시 땅이라고 법적으로 고지한 곳인데다, 법원 강제집행이 아니라 청주시 땅에 대한 정당한 작업이었다는 것이 청주시의 입장이다.

주말 작업 강행에 대한 병원 측의 비난에 대해서도, 평일 환자 진료를 고려해 주말 작업에 나선 것이고, 작업도 오전 8시 이후 시작하려고 했으나 병원 측의 방해로 철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 측이 시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소통의 문제다.

병원 측은 법원 판결을 토대로 한 것일지라도 환자가 있는 병원에 대한 주말 아침 굴착기 작업은 도를 넘었다병원 측의 지속적 면담 요청을 거부 중인 이범석 시장은 보란듯이 외국 출장을 나간 것이냐고 성토했다.

청주병원은 지난 20198월 공익사업(청주시청 신청사 건립) 수용재결에 따라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청주시에 넘긴 뒤 지난해 12월 부동산 인도소송 최종 패소 후에도 퇴거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측은 토지수용위원회에서 책정된 보상금 178억원 중 172억원을 수령하고, 보상금 증액소송을 통해 1850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은 상태다.

병원 측의 퇴거 불응으로 신청사 건립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는 이에 맞서 시유재산을 무단 사용 중인 병원 측에 변상금 14억을 부과하고,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의 원고소가액을 16500만원에서 455261만원으로 올리는 등 병원 퇴거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 중에 있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청주시의 철거 절차가 옳다.

그러나 이 문제도 사람의 일이다. 어느 정도의 퇴로를 열어주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병원 측의 주장에 귀 기울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병원 측이 못내 아쉬워하는 부분도 소통의 부재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도 이 점을 지적한다. 환자 안전과 직원 생존권, 더 나아가 청주지역의 의료공공성을 위해 청주시가 강제집행을 중단하고 병원 이전 협의에 성실히 나서라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내세우기에 앞서 시와 병원 측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130여 명의 입원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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