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여러 선진국에서 그래왔듯이 우리 또한 저출산의 늪에 빠졌다. 300조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 해외 사례도 정답은 아니었다. 그나마 내놓은 것이 출산, 육아, 보육 지원 정책 정도다. 그러나 과연 내놓은 지원 정책이라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한 95개 중점과제 중 육아 지원 인프라 확충의 구체적 사업의 하나로 ‘공공형어린이집 사업’을 선택했다. 이 사업은 국가 재정과 사업만으로 긴급히 충당하기 어려운 육아 환경 조성을 위해, 민간·가정어린이집 중 우수한 어린이집을 지정하여 운영비를 지원하고 더 강화된 운영기준을 적용하여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2011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본 사업이 시행됐다. ‘공공형어린이집’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건물 소유 형태, 대표자변동 및 원장 동일인 여부, 연장반 운영, 전담 교사 채용 여부, 간식·급식‧간식 재료비 지출 수준, 1급 보육교사 비율, 교사 급여 수준, 지역별 자율 평가 등 까다로운 기준을 정해 놓았다.

최초 선정 및 취소 권한이 보건복지부에 있었지만, 2013년부터 시도지사로 변경되었고, 2015년에는 현재의 운영비 지급기준이 마련되었다.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국가 보육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21년에는 영유아보육법(제30조의 2, 3)에 ‘공공형어린이집’ 조항을 신설하였다. 2022년부터는 ‘공공형어린이집’ 사업 지방이양을 결정하고, 지정 및 운영기준 등의 지자체 자율성을 확대하였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최초 지자체 특성에 따라 탄력적이며, 능동적으로 보육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가 지자체 담당 부서와 공무원 형편에 따라 정책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청주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청주시에서는 더 엄격한, 높은 보육 서비스 기준을 요구하는 ‘공공형어린이집’에 민간어린이집보다 ‘부모부담차액보육료’ 등에 있어 더 적은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만 5세 이하 1인당 월 평균 86,000원가량 더 적다고 한다. 높은 교사, 급식, 시설 등의 기준을 요구하기에 재정 압박 수준이 다른 보육 시설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공공형어린이집’이 있는 충주, 제천 등 도내 8개 시군은 민간어린이집과 ‘공공형어린이집’의 ‘부모부담차액보육료’ 지원 수준을 동일하게 맞추었다. 유독 청주시만 예외다. ‘공공형어린이집’이 민간 시설보육의 43% 수준을 감당하고 있기에 사안은 더욱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공공형어린이집’의 부실운영은 물론 도산까지 우려하게 된다. 청주 보육에 구멍이 나는 것이다. ‘공공형어린이집’의 상대적으로 높은 ‘정원충족율’은 학부모 정책 수요를 뜻한다.

얼마 전 서울 친구가 오창호수공원을 함께 산책하다 문득 한마디 던져왔다.

“청주에는 유모차가 참 많다!”

유모차에 탄 아가들이 좋은 보육을 받기 어려운 청주 현실을 느끼기에 정작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청주시는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성장도시다. 육아 환경개선이 저출산의 주효 정책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보육 정책 수요를 시급히 재점검하고, 미래 청주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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