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여행을 떠났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설렜다. 가슴 떨릴 때 떠나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한 나들이다. 비행기 안은 좁지만 하늘을 날아 여행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동안 일본은 여러 번 와봤지만 동쪽의 서울이라는 동경은 처음이다. 여행 첫날 버스 안에서 “후지산이다”라는 말에 모두 환성을 질렀다. 산을 좋아하다 보니 더 신났다. 후지산은 높이가 3,776m로 높다보니 가는 곳마다 우릴 따라다니는 것 같다. 이산은 1,797년도에 폭발했던 활화산이다. 백두산 천지도 활화산으로 요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하여 걱정인데 이곳에서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단다.
하코네의 자연 경관은 우리 맘을 평온케 했다. 국립공원도 거창하진 않지만 질서 있고 편하게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었다. 다니는 곳마다 주차장은 좁고 주차된 차량도 거의 경차 위주다. 일본은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주행 차량들도 거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동경도청 앞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 했는데 규모에 비해 숙소는 가방 펼치기도 힘들 정도로 상당히 좁았다. 식당도 자리가 많지 않아 직원이 순서대로 입장 시키고 음식도 정갈하고 소박했다. 식사를 하며 바라보는 동경도청은 웅장하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산을 좋아하는 우리는 높지 않은 산도 등반했다. 호수를 끼고 있는 산은 걸을 만 했다. 정상에 올라 보니 하얀 눈으로 덮인 후지산 정상이 가까이 있는 것 같다. 후지산이 어서 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것 같았다.
산행을 마치면서 데크 설치 등 인공적인 것이 거의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가이드의 설명이 거의 없는 여행이었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다 퇴직 하고 프리랜서 가이드로 시작한지 얼마 안됐다고 했다. 지금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란다. 비행기 안에서도 공부하는 것을 보았다. 예약한 식당도 잘 못 찾아 헤매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매끄럽지가 않았다. 그런 모습에도 우리는 불만이 없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다른 나라 말을 배우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게다.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겪게 하여 죄송하다며 일정에 없는 동경시내의 야경을 보여준다고 늦은 시간에 동경도청 옥상으로 안내했다. 동경도청으로 가는 길에는 노숙자들이 종이박스 안에서 줄지어 잠을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도 가난 구제의 어려움은 다 있나 보다. 그것도 도청 앞 인도에서 말이다.
45층에서 내려다보는 동경시내 야경은 황홀했다. 사방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야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도청건물의 지진대비 내진설계 모습을 보았다. 처음 보는 내진설계의 규모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지진 대비에 철저한 모습을 보며 얼마 전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일이 생각나, 내진설계가 지진다발지역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배운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설레는 여행이어서 감사했다. 평소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만 여긴 감정은 감출 수 없지만, 그들에게서 본받을 것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