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4월 30일 귀국했다.
우선 12년 만의 국빈 방문을 통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확대한 점은 긍정적이다.
두 정상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회담 결과를 공동 발표하며 안보는 물론 경제, 사이버, 우주 등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다짐했다.
첨단산업 포럼과 비즈니스 라운드 등 경제 일정을 소화하며 산업 분야에서의 공조를 약속했고,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는 등 문화·콘텐츠 협력도 강화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핵협의체 신설과 전략자산 전개의 확대다.
향후 실행 과정에서 우리 측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게 하느냐는 과제가 될 것이지만, 동맹 70주년과 맞물려 이뤄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는 동맹 관계 업그레이드와 함께 ‘워싱턴 선언’을 꼽을 수 있다.
맞춤형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 사안을 처음으로 명시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햅협의그룹인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를 신설해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한국측 참여를 문서화해 제도적으로 보장한 점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평가 되지만, 국내 반도체·완성차 업계가 기대했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규제에 대한 해법은 원론적인 협의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미국 방문의 성과를 두고 여야의 온도 차는 심하다.
여당은 “동맹의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치켜세웠고, 야당은 “사기 외교”라며 평가절하했다.
특히 ‘워싱턴 선언’을 두고 여야간의 평가는 평행선을 달린다.
여당은 이를 두고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야당은 1대 1로 맺은 워싱턴 선언이 다자 약정인 ‘나토식 핵공유’보다 실효성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과대포장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이 있으면 과도 있는 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취한 ‘외교적 스탠스’가 우리 국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미국에 ‘밑밥’을 깔아줬다.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 등의 만행을 저지를 경우 공격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선언을 했고,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양안’을 건드리며 ‘내정 간섭 말라’는 말폭탄을 받은 바 있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살핀 결과 치곤 미미한 성과 아니냐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선 외교전술이 필요하다.
에둘러 표현하는 ‘외교적 수사’는 국제 관계의 다변화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핵심 요소다.
굳이 적을 만들려하지 않는 것이 외교라는 말이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은 옳다.
미국은 6·25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가장 많이 도와준 국가이고, 현재도 그렇다.
그러나 그에 따른 리스크가 우리 국익에 얼마만큼의 작용하지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국제 관계엔 다양성이 필요하다.
굳이 하나의 축만을 고집하고, 그 축만을 절대 진리인 것으로 도식화해 버린다면 반대급부로 작용하는 불이익은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