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고 나서자 민주주의를 접고 권위주의로 퇴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찰은 6년 만에 불법 집회 강제해산 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으로 온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을 향해 경찰의 폭력 진압이 가해졌던 1987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법을 필요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해 집회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방침은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당정의 강경한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노숙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앞으로 집회 신고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응하겠다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건설노조) 집회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전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서는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상 집회·시위와 관련해서도 신고 단계에서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같은 방침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5집회 및 시위의 금지 조항이다.

집시법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 경찰이 사전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은 폭력이 수반된 폭동 수준에 가까운 집회·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우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들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옥외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서 사전 신고 의무(6)를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야간 집회 및 시위와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되는 집회 또는 시위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10조와 제12), 옥외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며(10조와 제11), 집회·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경합되는 경우에 집회·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게 하고(8조 제2), 주거지역 등에서 사생활의 평온을 위해서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게 하며(8조 제3), 집회·시위 장소에 경찰관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17) 하는 등 지나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봐도 자유에 대한 제한이 너무 광범위하다. 이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인가 되물을 만하다

전문가들도 집시법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내외적 행사에서 말끝마다 내세웠던 건 다름 아닌 자유였다.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단어 중에 하나가 자유였던 것이다.

그런 천명은 이번 상호 모순적 퇴행적 조치로 인해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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