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행정당국이 충돌했다. 공권력끼리의 마찰이라 향후 파장이 만만찮아 보인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그동안 공권력 주체들은 ‘같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초유의 사태로 인해 그 암묵적인 룰이 깨져버린 것이다. 대구 경찰청과 대구광역시가 그 주체들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열린 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였다.
이날 오전부터 경찰과 행정당국의 이례적인 대치 속에 마찰을 빚었다. 축제가 열리는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구시청과 중구청 직원 500여 명이 행정대집행을 위해 현장에 나왔던 것이다. 축제 주최 쪽이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기동대 20개 중대 1300명, 교통경찰·일반 직원 200명 등 모두 1500명을 배치했다. 행사가 열리는 도로에 대해 대구시가 시내버스 우회 조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일반 운전자들에게 우회 조처 등 교통 안내에 나섰고, 시청·중구청의 행정대집행 예고와 축제 반대 집회와 충돌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대구시청 공무원들은 오전 9시25분께 행사 차량을 몸으로 막아서 30여분 동안 경찰과 대치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결국 경찰과 행정당국의 대치는 행사 시작 직전인 낮 12시께 공무원들이 스스로 떠나면서 마무리됐지만, 이는 공권력과 공권력의 마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현장을 찾아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며 경찰을 공격했다.
홍 시장은 “법원은 집회·시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공공도로를 점거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경찰과 수차례 협의했는데 법을 이렇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구시가 퀴어문화축제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에 대해 무리한 조처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이날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어 “홍 시장은 집회 적법성과 별개로 도로점거는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집회신고 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에 대해 도로점거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법원 판례 등 일관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를 열 때 도로점용허가를 받게 하는 것은 집회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시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앞서 대구지법 민사20부은 지난 15일 동성로상인회·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결국 경찰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응한 것이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 공권력끼리의 충돌까지 감수하며 이 같은 반발을 한 것은 이날 행사 성격이 ‘성소수자들’의 축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와 일부 종교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편견이나 차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여서 뒷맛이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