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단양에 살고 있는 친구가 청주 있는 친구들을 초대했다. 우린 설레는 마음으로 단양으로 출발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친구와 만나 우리 목적지인 소백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구불거리고 높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비는 조금씩 내렸지만 숙소에서 바라보는 소백산은 멋진 구름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우린 짐을 풀고 주변을 걸었다. 우산을 쓰고 예쁘게 가꾸어진 숙소 주변을 걸으니 참 좋다. 멋진 풍경 앞에서 찍는 사진이 우릴 행복하게 했다. 들뜬 맘을 안고 숙소에 들어와 맛있는 저녁을 해 먹었다. 집을 나와 함께 해 먹는 밥이 꿀맛이다.

밤이 깊도록 우리 수다는 끝이 없었지만, 내일을 위해 우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상큼한 공기가 우릴 깨운다. 아침에도 가랑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휴양림 주변에 있는 화전민촌과 조선시대 십 승지로 알려진 정감록 명당마을 등을 돌아보고 강원도 영월에 있는 청령포로 출발했다.

처음 청령포를 가자고 했을 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가면서 단종의 유배지라는 것을 알았다. 단종 유배지가 강원도 영월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곳이 청령포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들이 많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강을 건너는 배를 타고 들어가니 주변에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우릴 반긴다. 이곳 청령포는 71년도에 강원도 기념물 5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에 명승 제 50호로 변경되었다고 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 육륙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마치 한반도처럼 생긴 지형이다. 이곳에는 많은 소나무들이 큰 숲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 600년이 넘었다는 관음송이 있는데 단종이 걸터앉아 쉬었던 소나무란다.

관음은 볼관(觀) 소리음(音)으로 유배된 단종의 생활상을 보고 울음소리를 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소리에 마음이 짠했다. 이곳은 험하고 강으로 둘러 싸여 있어서 단종은 이곳을 육지고도(陸地孤島)라고 했단다.

이곳에 단종이 살았음을 말해주는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와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았다는 돌탑, 어가, 외인의 접근을 금하기 위해 영조가 세웠다는 금표비(禁標碑)등을 돌아보며 먹먹한 가슴을 쓸어안아야 했다. 단종어소의 담에 있는 충절소나무(담을 넘어 단종을 향하여 절하는 모습이라고 하여 지음)를 보며 단종을 모셨던 신하들의 가슴 절절한 충절을 느낄 수 있었다. 비와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우리는 산위에 단종이 잠들어 있는 장릉까지 올라가 참배했다. 참배 후 숙연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솔밭 옆에 여러 편의 시가 쓰여 있었다. 이 시는 단종이 유배지로 오면서 쓴 시란다.

그 중 “난 이미 왕이 아니라 노산군이 되어 이 땅을 밟는 구료. 조선의 왕이 되려는 사심도 욕심도 없었던 열일곱의 소년, 날 이제부터 홍위라 불러 주시오.”라고 쓴 솔치고개라는 시는 읽는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단종에서 노산군으로 다시 홍위로 된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 여행이었다. 이런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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