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백세 시대를 맞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운동에 집중하는 노인들이 많다. 대중 매체도 마치 운동만이 장수시대 건강을 담보할 수 있다는 듯이 일률적으로 주장한다. 다양한 생활 체육, 등산, 헬스, 댄스, 요가 등이 추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관절이나 근육질환을 만들거나, 기력 상실로 인해 오히려 노화를 가속하거나, 노인병을 유발한다.
스포츠 활동은 젊은이에게 이점이 많다. 심신의 활력을 돋우기에 건강뿐만 아니라 일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로나 독소는 하루 이틀 수면으로 충분히 해소된다. 하지만 50살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 피로 회복이나 독소 해소 능력이 급격히 격감하기에 운동으로 오히려 건강을 잃기 쉽다.
60년대 대부분 사람들이 환갑 이전에 사망한 것은 과도한 노동으로 노화가 일찍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근래 건강과 장수를 누리는 것은 의학이나 운동이 기여한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경제로 몸이 편안해졌기에 가능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운동을 삼가던 대부분 사대부들의 수명은 80이 넘었다. 요즘 노인은 대체로 조선 사대부와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기에 장수한다.
퇴계 선생은 소년 등과한 태종이나 아홉 번 장원급제한 율곡 선생처럼 천재성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고결한 인품과 끊임없는 탐구심으로 성리학을 천착하여 조선 성리학의 금자탑을 이룩했다. 나이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성심성의껏 사람을 대하였으며 부인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고결한 인품을 지녔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선생을 평하기를 ‘의리(義理)를 깊이 파고들어 정미(精微)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선생은 도연명과 주자를 흠모하여 도연명의 시를 사랑하였고 주자의 말씀을 깊이 연구하였다. 임금의 명으로 출사했다가도 바로 사임하고 은거하기를 반복하였고 도산으로 물러나 성리학을 천착하고 후학을 양성하였다. 선생의 말년은 도연명의 은거와 주자의 도학을 몸소 실천한 삶이었다.
퇴계 선생은 7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병약하였다. 특히 20세에 주역에 몰두하면서 건강을 크게 해쳐 이후 잔병치레에 시달렸다. 선생이 나름대로 건강을 찾은 것은 중년에 이르러서다. 건강을 지키고자 여러 한의서를 두루 살펴 평소 운동을 통해 심신을 다스리고자 하였다. 특히 한의학의 안마와 도인에 관심이 많아 좁은 방에서도 할 수 있는 안마 도인관련 의설을 정리하고 매일 실천하였다. 안마 도인은 스트레칭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산보하는 것을 즐겨하여 기력이 쇠잔해지기 전까지 꾸준히 산보와 사색을 즐겼다. 선생의 건강 운동은 산보와 스트레칭으로 정리할 수 있다.
노화가 시작되는 50대부터는 과한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된다. 외양과 근력은 키울 수 있으나 운동으로 인한 피로와 독소가 가시지 않아 노화가 촉진되며 골병이 들기 쉽다. 기력이 쇠잔해져 체질적으로 약한 부위부터 혹은 과용하는 부위부터 질병이 시작된다. 자동차도 몇십 년을 운행하면 각 부위가 약해져 장거리 운행이나 급출발과 급제동 시 충격을 받기 쉬운데 인체는 더욱 그러하다.
노화가 진행될 때는 신체 각부를 아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 근골과 오장육부가 위축되어 노화를 촉진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씩 움직이되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소 눕거나 오래 앉아있는 것은 기혈을 더욱 쇠잔하게 한다. 조금씩 자주 움직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식후에 30분 정도 산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여름철에는 되도록 아침 저녁으로 산보하고, 겨울에는 날씨가 온화한 날 낮에 가볍게 산보한다. 궂은 날씨는 외사가 침범하기 쉬우므로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집안에서 서성이거나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다. 의술은 도움만 줄 수 있을 뿐 건강은 스스로 가꾸고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