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 7월 4일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최종 보고서를 통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처리수는 바다 환경과 인체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원자력, 방사능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기관들이 이구동성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 원인의 당사자인 일본이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 민감한 사안을 들고 나왔을 때는 이미 스스로 과학적 검증을 토대로 어느 정도 자신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예측은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했을 것이다. 만약 방류계획을 공론화한 시점에서 섣불리 반대만 했다가는 후에 외교 협상에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고 판단하고는 입을 다무는 것이 최선의 외교적 선택이었으리라 생각해본다. 한일 양국의 대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비추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야당이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를 이끌었고,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과정을 줄곧 감시했던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예측 못 했을까? 민주당 역시 예상했던 결과라 추측한다. 그런데도 국회 제1정당 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거세게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진다. 민주당은 왜 후쿠시마 원전수를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었을까?

국민 누구나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가 ‘과학’에 근거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과학이 안전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민이 불안해한다. 과학을 능가하는 신념이, 막강한 정치 세력이 생산하는 마치 종교에서나 볼듯한 일종의 사회적 집단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안과 불신은 국가 기반을 흔들고, 흔들린 국가 권력의 최대 수혜자는 제1야당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유명한 민주 투사의 고백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정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해 부자와 가난, 지배와 피지배 계급 등 다양한 투쟁거리를 들고 국민에게 호소해봤지만, 늘 국론은 팽팽하게 나뉘는데, 오직 딱 하나, 반일 감정을 건드리면 온 국민이 합리적 사고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린다는 것이다. 조국이 ‘죽창가’를 부를 때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반일 감정을 무기 삼았기 때문이란다.

이미 소금 사재기, 수산물 소비 감소 등 나라 곳곳에서 피해와 불신이 발생하고 있다. 방류 전인 현재, 어민들은 방사능 오염수 피해보다 공포 분위기 자체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거리에선 소모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자만 더더욱 어려워진다고 호소를 해보아도 여전히 많은 국민이 ‘반일애국’ 프레임에 빠져 진실과 과학을 외면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쟁 프레임에 빠진 국민이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다.

국민 안전은 정쟁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거대 정당 특정 세력의 목적을 위해 국민의 소중한 감정이, 아무렇게나 도구처럼 휘둘리며 안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정쟁도, 반일 애국 감정도 아닌 철저한 과학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모적 논쟁의 종지부는 결국 국민 개개인의 과학적, 합리적 판단에서부터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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