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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기 주택이라도 적법한 임대 권한 있는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은 집주인이 바뀌어도 보호받을 수 있다.
최근 신축빌라에 대한 전세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임차인이 보호받고 보호받을 수 없는 사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2023. 5. 18. 선고 2023다201218 판결 참조)는 비록 흔하지는 않지만 어떤 경우에서는 특별법을 전제하지 않고도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A씨는 경기 광주시의 5층짜리 공동주택을 매수하기로 하고 2016년 11월 건축주와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잔금일 전에 임대가 이뤄지면 임대 나간 세대는 임차인 입주와 동시에 잔금을 치르고 A씨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한다'고 약정했다.
2017년 10월 A씨는 건물의 한 호에 대해 B 씨와 2020년 3월까지 기간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이 건물을 매수하는 A 씨를 임대인으로 해 계약을 진행하고 건축주에서 매수인에게 등기이전되는 일체의 과정은 공인중개사가 책임지고 진행한다'는 특약 사항이 포함됐다.
그런데 A 씨가 잔금을 제때 치르지 못하자, 건축주는 분양 계약을 해제했다. 대신 건축주는 새로운 매수인에게 B씨가 임차한 호를 팔았다. 결과적으로 임차인 B씨의 입장에서는 졸지에 자신과 임대차계약을 한 임차인 A씨가 사라지고 새로운 매수인과 임대차 계약에 대하여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후 B씨는 공인중개사와 건축주, 새 매수인을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2020년 5월 소송을 냈다. 새 매수인은 B씨를 상대로 "무단 거주 기간만큼 월세를 지급하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당초 매수인인 A씨에게 주택에 대한 적법한 임대권한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매수인인 A씨는 등기를 하지 않았지만 적법한 임대권한이 있는 매수인이 되는 것인데, A씨로부터 주택을 임차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인 B씨가 매매계약이 해제된 이후에도 새로운 매수인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은 우선 그 물건을 사용, 수익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타인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임대차계약은 채권계약으로 임대인이 처분권한까지 보유할 것도 요구하지 않고 심지어 타인의 물건도 임대가 가능하니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당연한 것이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수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매매목적물인 주택을 임차하여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민법상 해제는 그 효력이 제3자에게도 미치지만 기존의 계약관계에 대하여 신뢰를 형성하고 있으며 물권에 준하는 권리까지 취득한 자는 예외적으로 보호를 받는데 사안의 B씨가 그러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임차인 B씨는 위와 같은 민법상 해제로부터 보호받는 제3자 규정에 따라 위 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새로운 매수인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사안은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흔하지는 않은 사례이고 오히려 기존 민법상 법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판례가 의미가 있는 것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현 법제 하에서도 임차인은 다양한 법 논리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바, 임차인이 어려움에 봉착한 경우에도 충분히 숙고를 하며 답을 찾아보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성글어 보여도 필요한 곳에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약력>
한양대학교 법학과,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졸업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 / 변리사
(사)청년지식융합협회 이사
㈜굿위드연구소 자문 변호사
대한특허변호사회 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변호사
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고문변호사
(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전)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이코노믹리뷰 / 삼성생명 WM 법률칼럼니스트
내일신문 경제칼럼니스트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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