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약 2주 전에 작성한 일기장이 공개됐다. 일기장에는 그 교사가 학교 업무로 힘들어했던 정황이 담겼다.
지난 3일 작성된 일기에는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선 지난 6월 30일 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학생은 교실에서 담임교사에게 욕설을 하고, 교사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은 정서·행동장애 학생으로 특수반 수업을 듣고 있었던 상태였고, 피해 교사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다.
교권 추락에 대한 담론이 등장한 건 오래 전 일이다. 그럼에도 사후약방문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런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위태롭게 서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불합리하다’고 규정하고 개정을 주문한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교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부분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불합리하다’고 규정한 자치조례가 반드시 개정돼야 할, 교권 수호의 대척점에 있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윤 대통령이 말한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제정된 7개 광역시·도의 학생인권조례를 가리킨다.
대통령실은 현장 교사들이 재판에 넘겨지고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상황들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말했다.
그러나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 배척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 인권이 강화된다고 교권이 침해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학생 인권 강화가 교권에 미치는 영향이 전무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각 자체를 바꿔, 두 주체의 인권은 모두 존중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충돌지점’이 있다면 상호 보완해 나아가면 된다는 이야기다.
교권과 학생인권이라는 두 가치는 대립하는 것이 아닌 병존해야만 하는 것임에도, 마치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위협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또 다른 ‘일방통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정부와 여당의 ‘학생인권조례 때리기’는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구도를 만들게 되는 것이고, 이는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을 낮춰야만 교권이 올라간다는, ‘제로섬 게임’이 정답지는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무분별한 체벌과 학교폭력, 복장 제한 등으로부터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법규다. 그런데 이것이 ‘교권 침해’를 부른 근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학교 현장엔 대립이 아닌 화합이 중요하다. 상식적 가치가 살아있는 ‘윈윈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