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아침 오창중학교 등교 시간. 중부고속도로 굴다리 아래로 17번 국도와 중부로가 만나는 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등 아래 조그만 삼각 모양 안전지대에 아이들이 빼곡히 위태롭게 서 있다. 그 수가 많아 몇몇 아이들은 화물차가 달리는 도로로 떠밀린다. 오창 원도심과 2산단 아파트 단지에서 오창중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이다.

사거리를 지나는 차들은 아침마다 벌어지는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게 된다. 부모들은 하루하루 마음을 졸인다.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에 놓이게 한 것이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오창 2산단 어느 학부모의 고백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기업들이 자리 잡은 곳이 오창 2산단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새로운 꿈을 안고 오창으로 이주해왔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행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창 출산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될 무렵, 이들은 하나둘 오창을 떠날 준비를 한다. 진학 문제 때문이다. 5,6학년이 되면 창리초등학교는 인근 지역으로의 전학이 줄을 잇는단다. 영유아 때 열악한 육아 인프라를 견디고, 초등학교도 겨우겨우 보냈지만, 중학교에서는 무너지고 만단다. 

1950년대 개교한 오창중학교는 청주에서 서울로 가는 17번 국도를 따라 청주 방향인 오창 남쪽 논밭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중부고속도로가 오창을 관통하게 된 1980년대 오창의 발전 축은 오창ic가 놓인 오창1산단 방향으로 축을 틀었다. 2000년대 오창1산단내 대단위 주거단지가 조성되면서 학교 신설과 학생 배치는 늘 주민 불편 사안이 되었다. 국내 주요 기업이 새로 자리 잡은 2산단 역시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방사광 가속기가 가동되는 10년 후 오창의 교육 환경을 제대로 고민이나 하고 있을까? 
 
오창을 보면 시·도 교육청의 중학교 배치 정책은 오래전 시간에 멈춰 버린 듯하다. 학교 배정 문제는 오래전 청주 분평, 가경동에서도 일어났고, 오송, 율량, 복대, 용암 지구도 끔찍한 진학 문제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집 앞의 좋은 학교를 두고 먼 거리에 있는 다른 학교로 배정받은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학교 배정을 따라 이사 갔더니, 고등학교 배정  때문에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웃지 못할 인생살이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중심의 지구 개발지역은 당연한 듯 겪는 상황이다. 비단 청주뿐만이 아니다. 정부 사업으로 계획 개발된 진천 혁신도시나 충주 산단도 이런 상황은 비슷하다.
 
이 현상의 주원인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소통 부재가 지적되어왔다. 도시개발은 시군 지자체가, 학교 시설과 학교 배정 행정은 충북도와 시·군 교육청이 주관 기관이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생 수 증감 예측과 시설 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양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자존심만 세우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 

물론 학교 시설 신설, 재배치가 수백억이 드는 사업으로 함부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업임도 분명하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인식이 무색하게 달리 인구이동변화가 빠르다. 학교 신설을 위해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도심이라도 학생이 없는 학교를 폐교하려다가 뭇매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편이 극심해 주민들 호소가 넘어 분노의 지경에 처한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 유기'다.

교육여건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제때 막지 못하면 제방이 무너질 수 있다. 책임 떠넘기기는 멈추기를 바란다. 알면서 행하지 않음은 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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