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대회가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폭우 이후에 찾아온 폭염을 준비하지 못해 온열질환 등으로 야영지 내 진료소를 방문한 사람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영식이 열렸던 지난 2일에만 992명이 병원을 다녀갔다. 코로나 확진자도 70명으로 집계됐다.
애초 그늘과 나무가 없어 여름 야영지로 부적합한 새만금 매립지를 잼버리 장소로 선정한 것부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기반시설 미비에 운영 미숙과 안이한 대응은,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국가 홍보를 기대한다던 정부의 예측을 정반대로 바꿔버렸다.
냉방, 샤워, 그늘막, 화장실, 임시 진료소 등의 부족과 부패한 음식, 해충 발생 등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습한 땅에서 발생한 모기와 벌레로 아이들은 갖은 고생을 하고 있고 전기 시설 부족에 영내 상점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물건을 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정이 이쯤되고 보니 참가국들의 ‘탈출 러시’가 잇따르고 있다.
4만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4500명을 보낸 영국은 참다 못해 야영장에서 철수를 발표했고, 뒤이어 미국(1000여 명)과 싱가포르(60여 명)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잼버리 현장은 한때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 ‘잼버리 성범죄’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대회는 엉망진창이 됐고 수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일 잼버리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남성 태국인 지도자가 들어왔다 발각됐는데도 신고를 접수한 조직위 측의 후속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한 일부 참가자들이 조기 퇴소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잼버리 조직위에서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고 해서 기다렸지만 ‘경고 조치’에 그쳤고, 피해자와의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대원들과 함께 오늘 조기퇴소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를 접수한 전북경찰청은 “성적인 목적의 침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건조물 침입 혐의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잼버리 대회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의 불안은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이런 국제적 망신을 두고 여야는 또 다시 ‘네 탓 공방’만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의 ‘부실 준비’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의 외화내빈(外華內貧)식 부실 준비로 위기에 처한 새만금 잼버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바로 잡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잼버리가 좌초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가 손대는 일마다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며 “잼버리 대회를 좌초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카우트연맹을 밀어내고 대회 준비를 주도한 것은 정부”라며 “그러나 공동위원장이 5명인 관계로 의사결정도 제대로 안되고 예산도 제때 집행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일만 벌어지면 무조건 ‘네 탓’으로 돌리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은 목불인견이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임을 지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 대신 서로의 탓으로만 돌려버리는 행태에 국민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