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우리 어렸을 때는 지방은 농업으로, 수도권은 막 산업사회에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농경사회에서는 아버지의 노동력으로 먹고살았고 그러다 보니 남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회였다. 그러다 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머리에 많은 지식과 정보를 넣어두고 잘 꺼내 쓰는 사람이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공부해서 남 주냐?’, ‘그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다’, ‘딴소리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이런 소리가 만고의 진리였던 게 우리 60대 세대이다.
흉부외과 의사인 장동철 친구가 우리 나이에 해당하는 글을 보내왔다. 제목은 ‘마지막 세대’이다. 이제는 우리 세대를 일컬어서 컴맹의 마지막 세대, 검정 고무신에 책 보따리를 메고 달리던 세대, 굶주림이란 질병을 아는 마지막 세대,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 성묘를 다니는 마지막 세대, 제사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 아비와 자식은 친함에 있다고 교육받았던 마지막 세대, 자녀들로부터 독립 만세를 불러야 하는 서글픈 세대, 좌우지간 우린 귀신이 된 후에도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첫 세대.
◇딴소리가 살길
60대인 우리 세대는 틀에 박힌 삶을 사는 것이 맞았던 시대였다. 소위 공부 잘해서 명문고, 명문대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틀에 박혀 살면 안 되는 시대이다. 딴소리가 살길이다. 그리고 학교는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딴소리를 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는 곳이다.
몇 년전 서울의 명문대와 미국의 명문대가 MOU를 맺은 적이 있다. 이때 미국의 명문 사립대 총장의 인사말이 뇌리에 남는다. “우리 대학 졸업생 중 누구는 A라는 회사를 차려서 몇 명을 고용 창출했고 국가 경제에 이런 이바지를 하고 있고...”이런 투의 말이 주요 인사 내용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분 말 중 ‘졸업생보다 중퇴생이 더 뛰어나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학생들이 학교 다니면서 교수들과 1대1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해 먹고 살 아이템을 만들어 주었다는 소리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꼭 끝까지 대학을 다닐 필요가 없다.
◇학교는 창업을 위한 전진기지
학교는 학생들과 1 대 1 맞춤형 교육을 통해 각 학생 개인이 소질이 있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주는 다시 말해 창업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 카이스트, SKY, 한양대 등에서 창업 아이템을 가진 무수한 중퇴생이 나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고등학교는 창업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하는 대학 생활을 위해 기초 토양을 쌓는 곳이 되어야 한다. 틀에 박혀 국, 영, 수 공부 잘하게 하여 명문대 진학 많이 시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북에서도 이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단재고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성과 등을 보면서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단재고 개교를 1년 연기하고 단재고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을 재검토하겠다는 교육청의 연기 논리를 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대를 우리와 같은 마지막 세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하기야 시대가 바뀌어도 얼마나 바뀌었는데 아직도 수능이 그대로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