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가 ‘주민소환’ 위기에 내몰렸다.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준비위는 지난 7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정 역사상 최초로 도지사를 주민소환해 심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김 지사의 책임이 크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잦은 말 실수와 온당치 못한 처신, 그리고 이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등이 연쇄적으로 맞물려 도민들의 분노를 키워왔던 것이다.
‘뇌관’이 된 건 오송지하차도 참사였다.
준비위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져야 하는 김 지사는 오송 참사 당시 직무를 유기하고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행으로 일관해 도정의 신뢰를 무너트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덧붙여 “오송 참사 전날 비상 3단계에서도 충북을 벗어나 서울에서 업자와 만찬을 즐겼다”며 “주민소환만이 무책임하고 정의롭지 못한 도지사를 직접 처벌할 수 있다. 탄핵해 충북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주장했다.
‘전조 증상’ 또한 있었다.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친일파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웠고, 제천 산불 당시에는 술판을 벌인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 도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절차도 진행됐다.
준비위 대표로 주민소환을 주도하는 이현웅 전 한국문화정보원장은 같은 날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주민소환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제출했다.
선관위가 접수 일자 기준 7일 이내에 증명서를 교부하면 본격적으로 서명운동이 개시된다.
서명운동 기한은 개시일로부터 120일이다.
그러나 주민소환이란 게 녹록지는 않다. 절차와 과정과 결과 도출이 산 넘어 산이다.
우선 김 지사의 주민소환 투표를 위한 청구 절차를 진행하려면 지난 2022년 12월 말 기준 19세 이상 충북도민 유권자의 10%인 약 13만6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4개 이상 시·군에서도 유권자 10% 이상 서명을 받아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주민 서명이 정족수를 채우면 단체의 청구에 따라 선관위가 주민소환 투표를 발의하고 김 지사는 직무가 정지된 채 주민소환 투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참여하면 개표를 하고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해야만 김 지사는 직을 잃는다.
주민소환 진행 과정을 들여다 보면, 물론 주민소환의 남발을 방지한다는 취지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를 달성하기까지엔 넘어야 할 벽이 거대하다.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자치단체장을 파직시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주민소환제도가 시행된 이래 2022년 12월 말까지 주민소환 투표를 거쳐 해직된 선출직 지방공직자는 기초의회의원 2명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번 주민소환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과정과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결과는 또 어떠할지 예측하긴 힘들지만, 일단 자치단체장에 대한 도민의 ‘준엄한 뜻’이 표출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 지점이 김 지사에게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