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권역 국가들의 역학 구도를 재정립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될까.

가장 만족스러운 쪽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마침내 이뤄진 ‘바이든의 꿈’이라 할 수 있다.

한·미·일 협력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안보와 경제 등의 민감한 문제가 제도화하면서 중국 견제가 가장 큰 숙원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대중국 전략의 ‘약한 고리’로 남아있던 한·미·일 안보협력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주력해 왔다.

이미 공룡으로 성장해버린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위협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시진핑 중국 주석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만 통일’을 공공연하게 천명해 왔기에 미국으로선 ‘양안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일 협력관계에서 늘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한·일 과거사 문제였다. 그동안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반복되면서 3자 안보 협력은 차질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주요 분석 기사가 쏟아내면서, 이번 회의가 미국의 동맹국이자 동시에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로 껄끄러웠던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를 했다.

바이든 정부는 각급별로 한·미·일 협의를 주도하고, 한·일 정상을 해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하는 등 공을 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이면서 한·일 관계가 급진전된 것은 미국의 구상에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위기 시 3자 간 ‘협의 의무’라는 문구를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협의 대상을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은 미국에게 매우 유의미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포괄적 규정을 통해 협의의 중심 무게추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옮겨놨기 때문이다.

이는 대만해협, 남중국해를 비롯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어느 곳에서든 분쟁·위기 상황이 생길 경우 미국이 한·미·일 협의 틀 내에서 공동 대응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에 그렇다.

국제정세에 기반한 역학 구도는 시시각각 변한다. 한국 또한 그 힘의 기울기를 간과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만 보더라도 국가간 역학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명분도 없이 오직 무력만으로 상대국가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현실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까닭에 서로의 연대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로 인해 한국은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국제정세의 격랑에 휩쓸릴 수 있는 리스크 또한 커졌다.

더욱이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의 의견 합치는 (한일) 양국의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가능했다”는 뉴욕타임스의 워딩처럼, 윤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를 국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납득시킬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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