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끔찍한 묻지마 범죄를 비롯해 갈수록 높아져 가는 학교 폭력과 교권 상실 등은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물음표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사후 대책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임을 감안할 때, 최근 충북교육청이 새롭게 제시한 ‘체인지(體人智) 자기성장프로그램 기본계획’은 환영할 만하다. ‘체인지’는 단어 자체의 뜻인 변화(Change)와 인(人, 사람)이 중심이 되어 체(體, 건강)와 지(知, 생각)를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방향인데, ‘체덕지(體德智)’로의 교육패러다임 전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 교육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지덕체(智德體)’의 맨 앞줄에 놓인 ‘지(智)’. 서구 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산업혁명 이후 공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된 지 200년이란 시간. 하나의 건물에서, 동일한 교과를, 일정 시간 체계적으로 배워왔던 지식기반 사회 속에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고 인성은 뒷전이었다. 한국은 20세기 지덕체 교육의 선두 국가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고 있다. 지구촌에 감성 충격과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BTS의 아버지 방시혁 대표. 그는 초기 BTS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재능’이 아닌 ‘인성’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BTS의 성공분석을 다른 책 ‘BTS Insight, 잘함과 진심’에서 보면, 인재의 3가지 요소로 손꼽는 신체, 기량, 인성 중에서 방시혁 대표는 세 번째 요소인 인성적 요소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인성적 요소로는 도덕성만이 아니라 열정, 끈기, 성실성, 협동심 같은 것으로 보았다.

신체적 매력은 호감을 갖게 하고, 기량적 요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속성 차원으로 확대하면 인성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내적 요소가 결국 잠재성 계발로 이어지고, 밖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열심히 스스로 기어야, 비로소 설 수 있고, 서야 걸을 수 있으며, 걸어야 뛰어다닐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신체, 정서, 인지 발달의 단계이다, 아기의 뇌가 자신의 몸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체적 발달이 먼저이고, 다음이 자신의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발달 단계이다. 마지막이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하는 인지 학습의 발달이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심신(心身) 상호작용의 총사령탑, 뇌를 빼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양식, 자기계발 등 교육 변화를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심신쌍수(心身雙數),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몸과 마음을 함께 수행하는 것을 가르침으로 삼았다. 신라의 화랑이 그러했고, 고구려의 조의선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민족 정신문화의 원형으로 불리는 ‘선도(仙道)’의 핵심은 ‘몸에서 구하라’이다.

지식 아닌 몸으로부터의 출발, 21세기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인 ’뇌‘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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