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서울 서초구 교사를 추모하는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연가·병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추모는 교사의 연가·병가 사유가 아니다’라는 인식 아래 ‘9월 4일에 연가 또는 병가를 내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교사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줄곧 유지해 왔다.
강경 대응 입장을 철회하면서 이주호 부총리는 “고인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마음과 교권회복에 대한 대다수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것은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추모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추모 행사와 관련해 강경한 대립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도 있었지만, 이 같은 우려를 딛고 내린 교육부의 유연한 태도와 결정에 환영을 뜻을 보낸다.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의 발화점은 서이초 여교사의 ‘극단 선택’이었다.
여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면서 ‘극단’까지 밀어붙였던 학부모는 검찰 수사관과 경찰에 재직 중인 부부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학부모의 ‘갑질’ 의혹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빠졌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1주일 사이 교사 3명이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게 됐던 것이다.
이날 전국적으로 열린 추모집회에는 현직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학생과 교대생까지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거리로 나와 애도를 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에 정부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부총리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 뿐만 아니라 여권 일부에서 제기된 ‘총선 악영향’ 우려 분위기 탓에 교육부가 입장을 전격 바꾼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백기투항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내려놓을 줄 알아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번 교육부의 징계 철회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여야도 모처럼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를 기화로 정쟁에만 몰두하며 상대편 물어뜯기에 혈안이 돼 있던 모습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교권 확립을 어떻게 확립해야 하는가, 그것이 문제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우선 법적 보호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산적한 교육현안도 해결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교육계가 함께 협력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아동학대 관련법 등을 개정하고 교권보호 종합방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청도 행·재정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군사부일체’라는, 시대와 맞지 않는 말을 굳이 소환할 필요까지는 없다.
대신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건 ‘평형성’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추락을 피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인 양 날개를 갖춰야 한다는 말과 같다. 어느 한쪽의 날개만 펼쳐져 있다면, 그건 추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