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내년이면 나의 모교 학교 법인이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행사를 위해 법인산하 동문들이 학교별로 적극동참 했다. 우리 모교에서도 동문들의 많은 협조로 소중한 행사에 힘을 보탰다. 이 일로 동문회 임원들에게 애썼다며 선배들이 맛있는 밥을 사주셨다. 이런 선배들이 있으니 힘이 난다.
식사 후에 선배가 청주국립박물관에서 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특별기획전시가 있다며 관람하러 가자고 했다. 전국을 돌며 하고 있는데 청주가 거의 마지막 일거라며, 타 시도에 가서 보기 힘드니 가까이에서 할 때 보라고 했다. 급한 마음에 바로 예약을 했다. 관람 시간은 1시간이었다.
입장 시간이 되어 특별전시실로 들어갔다. 이번 특별전시회는 회화, 도자기, 불교공예품등 18건의 국가 지정문화재를 전시했다고 해설사가 설명했다.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하여는 문외한이지만 국보, 보물, 문화재 등을 관람하면서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유명한 정선 화가의 국보‘인왕제색도’와 청자 상감 국화무늬, 청동거울, 금 귀걸이, 달 항아리, 대나무무늬 각 병 등을 보면서 문외한의 눈으로 보아도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국보와 보물 등 2만 3천여 점을 기증한 故이건희 회장을 향한 감사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전시회장 벽면에는 이건희 회장의 어록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나는 근본적으로 문화를 좋거나 나쁜 것으로 우열을 비교할 성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란 단지 다를 뿐이다. 현재 우리 문화의 색깔이 있느냐, 우리 나름의 문화 정체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또한 “수집가의 전통을 보는 눈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며, 문화유산에 대한 감식안(鑑識眼)은 선친으로부터 이어져 왔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기업가로서 전통문화를 아끼고 수집했던 한 인간의 면모를 보시고,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수집가의 안목과 취향으로 모은 수집품들이, 여러분의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명품들을 즐기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또한 평소에도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고도 했다. 하여 특정한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고 수준 높은 문화재를 모으고 소중히 간직했다고도 했다.
이런 소중한 기증품을 활용하여 문체부에서는 문화로 펼쳐지는 지방시대‘이건희 컬렉션’과 같은 고품격 전시는 지방에서도 계속될 수 있도록 한다는 소리에 반가웠다.
전시실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와 미술관 밖에 기증 전시된 석조 문화재를 관람했다. 이 석조 문화재들은 이건희 회장이 아껴 두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이 많은 석조문화재를 보며 운반하고 설치하기까지 한 노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각기 다른 표정의 많은 석조상 들이 박물관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어느 수집가의 초대’특별전시회 덕분에 많은 수호신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