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한국사회에서 소득을 어떻게 분배하면 공평하고 정의롭다고 느끼는가에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설문 문항은 다음의 5가지였다. 1) 실적이 많은 사람이 더 받아야 한다. 2) 많이 노력한 사람이 더 받아야 한다. 3) 타고난 능력이 많은 사람이 더 받아야 한다. 4)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받아야 한다. 5)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받아야 한다. 독자의 선택은 무엇인가?
설문결과 58.8%로 1위를 차지한 선택은 “2) 많이 노력한 사람이 더 받아야 한다.” 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가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이 노력이라는 것도 공정한 기준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느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그 사람이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갔는지 못 갔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첫째, 당사자가 공부에 재능이 있어야 한다. 둘째,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있어야 한다. 셋째, 당사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첫째와 둘째 조건은 당사자가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운명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셋째 조건은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며 첫째와 둘째 조건도 넘어설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좋은 회사로 취업해 안정된 직장과 고소득의 영광을 누리는 것은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면 여기서 모든 분배의 정당성이 부여되는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과연 노력은 개인의 의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88개 논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에서는 실력의 차이에서 차지하는 노력의 비중이 20~25%였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노력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서도 결과는 4%였다. 전문직에서의 성공과 노력의 결과에서도 결과는 1% 미만이었다.
연구 결과는 성공의 핵심 요인은 타고난 재능과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아웃라이어’에서 선천적 재능보다 꾸준한 노력이 대가를 만든다고 주장한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을 뒤집는 연구 결과였다. 즉 노력도 타고난 재능이며 재능이 있어야 노력도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도 성공한 사람이 누리는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이며 성공의 혜택을 자신의 안녕과 행복만을 위해서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부가 유일한 성공의 길이 아니고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그것으로 모두가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것이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