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참혹한 전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사이 이번엔 중동의 화약고가 또 다시 터졌다. ‘5차 중동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7000여 발의 미사일에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도 속수무책이었다. 저고도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은 대량 발사가 가능한 로켓탄이나 박격포탄을 막도록 지난 2011년부터 실전 배치됐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퍼붓는 공격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정보전에서 패배한 것도 이유였다. 이 같은 전면전에 가까운 공격을 감지하지 못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 대한 비판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전면 공격’을 가한 것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로서는 ‘치욕적’인 날이다. 지난 1973년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전면 공격을 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시사했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이날 새벽 폭발물 등을 이용해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과 철조망을 뚫고 이스라엘 영내로 침투했다.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었다. 일부 대원들은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철조망을 넘었다. 이들은 가자지구와 맞붙은 22개 지역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며 민간인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700명을 넘었고,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행사장 주변에서는 260구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도 4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저녁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413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에서 2200명, 가자지구에서 2300명 등 양측의 부상자 합계는 4500명이 넘는다. 또 하마스와 이번 공격에 참여한 또 다른 무장조직 이슬라믹 지하드는 100명이 넘는 인질을 가자지구에서 억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참혹한 테러를 동영상으로 찍어 전 세계에 알렸다. 다분히 이스라엘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는 것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지난해 12월 출범한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봉쇄와 탄압을 한 것과,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위기 의식을 느낀 하마스는 이 같은 테러를 국제전으로 확산시켜 중동 이슬람형제국들의 결속을 강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수교 협상 등 중동을 둘러싼 ‘강대국 외교’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된 것만 봐도 이 같은 추론은 가능하다.

양측의 충돌이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전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지 하루 만에 핵항모전단을 이동 배치하고 군 장비 등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확전되는 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여론이다. 이는 세계 3차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민들의 안전도 걱정된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9일 긴급 안보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정부는 교민과 성지순례객 등을 포함한 현지 체류 한국인 안전 점검부터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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