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홈런을 맞고 안타를 맞아도 좋으니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가운데로 던져라” 우승 도전을 바라보는 LG트윈스 엄경업 감독의 코멘트다. “3할 타율에 신경 쓰면 쓸수록 3할을 못 칠 것이고 그냥 2할 8푼을 치겠다고 자기 야구를 하면 3할을 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즉생 생즉사’가 아닌 ‘정면승부’를 주문했다. 엄 감독의 리더십으로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까지 안정을 찾게 됐다. 한데 정치는 철저하리만큼 완전 반대다. 단적인 예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체포동의안 가결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여당 반응은 “법원 판단이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휘둘렸다”며 사법부를 씹었다.

◇합리적 의심

더 웃긴 건 ‘구속영장 담당 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며 지레 겁먹고 발끈한 야당 의원이다. 허위 유포로 밝혀졌으나 결과에 대해선 뻘쭘하고 있다. 만일,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더라면 피드백을 깡그리 무시했을 심리전이 읽힌다. 속마음은 숨겨버린 채 너무 자주 켕기고 삼켜버린 의혹들마다 위선에 이골 났다. 그러면서 진정성 없는 ‘민생’ 좋아한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못 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두 사람/ 그리워지는 길목에 서서 마음만 흠뻑 젖어 가네/ 어떻게 하나 우리 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 가는 저 세월 속에~'(나미 '빙글빙글' 가사 1절)”

콘셉트를 알음알음 추슬러도 왠지 ‘엉겨 붙는 거지’가 훨씬 어울리겠다. 명절을 쇠었으니 또 ‘뭘 일으켜 세운다’며 정신을 뺀다. 인적 지장물부터 철거하려면 ‘너 죽고 나 살기’ 아사리판(별다른 질서 없이 난잡하고 어지러운 상황) 으로 엇섞일 텐데….

◇유권자 꼴심

추석 차례상을 물리기 전, 민심 뒤집힌 소릴 무던히 들었다. 당장, 물가에 대한 절규였다. 피폐해진 시름뿐이던가. 여북하여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신조어가 생겼겠나. 하지만 정치는 흉내뿐이고 삐딱선으로 헛물을 켜댄다. 모른 척 시침 떼니 대충 넘어가면 된다는 미묘한 정치는 처음 본다. 총선 예고편도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전이 파렴치하다. 자기네들끼리 도박판에서 판돈 올리듯 당장 돈 풀 경쟁을 하다 구시렁거리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정말 절박함조차 깜빡한 걸까. 이유는 차고 넘친다. 썩어 문드러진 부위에선 새 살을 기대할 수 없다. 뼈를 깎는 안전핀을 장착하라. ‘법아래 평등’이야말로 소박한 국민 요구인데 의혹을 버무려 물렁하게 퉁 친다면 ‘진짜 착한 사람’만 기댈 곳을 잃는다.

‘홈런을 맞고 안타를 맞아도 좋으니 정면 승부하라’ 도덕‧혁신‧민생이 실종된 정치가 새겨야 할 경구다. 여든 야든 비호감도 60% 여론의 불안정한 총선 마운드, 진짜 무서운 실세는 국민이란 걸 잊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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