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 10월 10일 국회의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7월 14일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를 둘러싼 국정 질의가 진행됐다. 궁평지하차도 참사로 7월이, 여름이 악몽 같았기에 애써 지우고 싶었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지역민과 많은 국민이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었다. 아직껏 상복을 벗지 못하는 유가족들은 어떠할지 그 아픔을 상상조차 못 하겠다.

국정감사에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응답했다.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불참했으며, 미호강 임시제방공사 감리단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야당은 여당 출신 선출직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의 책임을, 이와 달리 여당은 행복청의 책임을 정해놓은 듯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야당은 충북도, 청주시 재난 안전대책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으로 일관하며, 김영환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당은 60년 동안 제대로 한 차례도 준설조차 하지 않은 미호강 관리와 모래성 같은 임시제방 부실이 사고 원인이었다는 지적을 했다.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방은 있었지만, 과거 참사에서 늘 그래왔듯, 정치적 대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방뿐이었다. 국민이 바라는 국정을 감사하는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식선에서 알만한 ‘인재 참사’를 두고 서로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는 정치권을 보며 국민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수사 중이라고는 하나, 사고가 명확하고 과학수사 기술이 발달하여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이 어렵다고는 생각되지 않고 발생 후 3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명확한 결과를 밝히지 않는 것인지 국민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답답하고 분노할 뿐이다. 실제 원인과 죄지은 사람을 명확히 밝히는 것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는 듯하여 씁쓸하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싸우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타협하여 나라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배부르고, 등 따뜻하고, 근심 걱정 없고, 가족 자식 잘 살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그리 해 달라고 권력 위에 세워 놓았는데, 무슨 욕심들이 그리 많아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해대는지 분통 터지게 하는 정치판이다.

정권이 진영을 오가는 동안 국민 보살피기는 뒷전으로 하고 줄 세우기, 이권 챙기기, 복수하기, 끌어내리기, 탓하기 등등 나쁜 것들이 난무하니까 국민마저 편을 가르고, 서로 분노한다. 성실히 살아가는 국민보다 권력에 줄을 대고 공짜를 좋아하는 이들이 더 잘사는 요지경 세상이 되어간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벌써 오래전부터 각각의 정권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는 벌어졌다. 분명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였다. 저개발 국가에서조차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우리 국민은 그저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안전하게 살고 싶다. 유가족과 국민은 죄지은 사람을 벌하고, 귀한 생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명확하게 사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도, 차단된 궁평지하차도를 두고, 먼 길을 돌아 오송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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