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나타난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의 수치들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처해있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수치 상의 차이는 대동소이해, 한 방향의 민심을 가리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2024년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라고 물은 결과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0%,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4.1%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 당 격차는 10.9%p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의 ARS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2.7%, 최종 응답자는 1002명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14~15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29.2%, 부정평가는 65.8%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수치가 긍정평가 수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선 셈이다. 보수세가 강한 영남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응답이 앞섰다. 대구·경북은 지난주 대비 지지율이 7.5%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결과가 뜻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총선 프레임으로 내걸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야당 심판론’이 아닌 민주당의 프레임인 ‘정부 심판론’에 국민의 마음이 쏠려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민의힘에게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심이 경고하고 있는 바에 대한 국민의힘의 ‘응답’은 실망할만한 수준이다. 강서구청장 참패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되레 제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희생양으로 삼은 게 임명직 당직자들의 ‘전원 사퇴’였다.

국민의 뜻에 이반되면 그 결과는 명확하다.

국민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과 여당이 환골탈태하라는 것이다. 야당과의 극한 대립 대신 협치를, 소통부재의 껍질을 깨고 열린 언로를, 정권의 오만함을 버리고 국민 앞에 겸손해지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 최우선 순위는 인적 쇄신이다. 그럼에도 임명직 당직자들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은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대통령의 레임덕이란 말이 종종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말에 불과하다. 여당이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참패하게 된다면 현 정권에겐 그 파장이 재앙의 수준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때부터 진짜 레임덕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면 모든 국정의 추동력을 잃게 된다. 정책의 근간이 되는 스트럭처는 손도 못 대고 프로세스만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이는 정권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정권의 국정 방향을 가름할 수 있는 법 개정과 제정은 물건너가고 시행령에 의지해 국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뜻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겪지 않으려면 준엄한 국민적 심판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 첫 시작이 국민적 눈높이의 인적 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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