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해치우고 살아남기 위해 끝없는 싸움을 반복해야 하는 절망적인 세계가 있다. 이 세계에 던져진 사람들은 자신이 왜 이 세계에 오게 됐는지,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른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간츠'는 만화의 세계를 원작에 가깝게 구현했다. 만화가 오쿠 히로야의 대표작 '간츠'는 2000년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누계 판매부수가 1천600만 부를 넘긴 대 히트작으로, 국내에도 독자층이 두텁다.


연재를 시작했을 때부터 할리우드를 비롯해 일본 내에서도 다수의 영화사에 의해 실사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졌지만, 원작 특유의 sf적 요소와 강한 액션을 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번번이 좌절됐다가 이번에 사토 신스케 감독의 연출로 처음 영화화됐다.

일단 설정 자체가 일본만화답게 독특하고 흥미롭다.

수수께끼의 검은 구(球) '간츠'가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들을 불러모아 '성인(星人)'들과의 목숨을 건 전투를 강요한다.

구의 표면에 처치해야 할 대상의 모습과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라는 지시가 뜨고 사람들은 간츠에 의해 성인이 있는 장소로 전송된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온다.

간츠는 돌아온 사람들에게 점수를 매기는데, 성인을 죽인 사람에게는 5~10점, 별 활약을 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0점을 준다. 간츠의 미션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점수 100점을 모은 사람에게만 기억을 지우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이미 죽은 사람 중 원하는 이를 소생시킬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영화는 자신의 목숨을 위해 누군가를 계속 죽여야 하고 그 끝이 과연 언제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절망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자신의 목숨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들은 삶과 죽음을 둘러싼 나름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연재 중인 단행본 31권 중 1~7권의 주요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아 그런 철학적인 메시지를 충분히 풀어내지는 못했다.

전투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점 역시 원작 만화의 팬이 아니라면 다소 지루해 할 만한 전개다.

간츠의 게임 방식을 설명하는 데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점이나, 평범하다 못해 존재감이 없었던 주인공이 초등학교 친구를 돕겠다는 의지로 갑자기 전사로 돌변하는 것도 너무 급작스럽다.

그래도 후반작업에만 1년여의 시간을 투자해 전체 분량의 40%를 cg로 구현한 영상은 볼 만하다. 인간들이 다른 장소로 전송되는 장면이나 괴기스러운 성인들의 캐릭터는 꽤 실감나고 액션 장면도 역동적인 편이다.

일본의 대표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인공 '쿠로노 케이' 역을, '데스노트' '상실의 시대'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마츠야마 켄이치가 '카토 마사루' 역을 맡았다.

시리즈의 1편격인 '간츠'가 오는 28일, 속편인 '간츠-퍼펙트 앤서'가 다음달 각각 개봉된다.

상영시간 130분. 상영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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