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아이의 공감 능력 어떻게 키우나요?" 최근 열린 K명상컨퍼런스 발표 주제이자, 학부모 강좌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데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그렇게 질문하는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태냐고.

'공감'의 사전적 정의는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감 능력은 영장류의 특별한 두뇌기제라는 점이다. 바로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의 발견인데, 마카크 원숭이의 뇌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미러뉴런은 훨씬 광범위하다. 

그런데 원숭이가 행동의 '결과'만 복사하는 것에 비해, 인간은 'What, Why, How'까지 복사한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엄마가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갖게 하려고, 책을 대충 읽는 시늉을 하면 아이는 그 의도와 과정을 이미 알아차린다는 얘기다. 

'거울을 보고 동작을 따라한다'는 비유에서 시작된 거울뉴런 개념은 거울만으로는 따라하기 어려운 언어, 정서, 감각 영역까지 미러링 되고 있음이 밝혀진 이후, 거울뉴런과 미러링에 연관된 뇌 영역 그리고 이러한 신경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공유회로'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뇌 기제가 있음에도, 어떤 경우에는 왜 그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은 거울신경세포 네트워크가 타인과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과 함께 타인과 나를 분리해서 인식하게 되는 기제를 규명했다. 

즉, 타인에 대한 공감 기제가 뇌에서 작동하더라도 그보다 강력한 조건이 발생하면 그 신호가 더 우선된다는 의미이다. 그 신호란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를 보호해야 할 때이다.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만성스트레스에 놓인 현대인들의 공감 기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소통에 많이 답답해한다. 하지만 거울뉴런이 제시하는 것은 아이들이 부모를 훨씬 더 오랫동안 많이 바라보아 왔고, 더 깊은 영향을 스스로도 모르게 아이에게 미쳐왔다는 점이다.

자신의 행동습관과 언어태도, 정서적 영역까지도 아이에게 미러링 되고 있다면, 과연 소통되지 않는다는 그 질문은 누구에게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결국 공감능력 향상의 열쇠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공감이 핵심이다. 

공감능력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최근 건강 노하우로 주목받는 맨발 걷기를 추천한다. 인간은 생명체이며, 자연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누구나 걸을 수 있지만 걸음을 통해 발현되는 뇌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그냥 걷는 것과 느끼면서 걷는 것은 뇌에 다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걸을 때 땅을 밟는 '느낌'에 집중해 보자. 걷다 보면 몸이 순환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그 '느낌'을 관찰하고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상의 시작이다.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의 대부분 우리의 의식이 외부로 향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밖으로 나가 있는 의식을 우선적으로 몸으로 가져와야, 그 다음 내면을 관찰하는 의식이 형성된다. 나와의 공감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공감능력 향상의 비밀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초점을 먼저 두는 것이다. 공감은 나와 남의 마음을 연결하는 것인데, 자신에 대한 마음과의 연결이 되지 않는 공감이란 허상 같은 것이다.

"공감의 시작은 타인이 아니라 나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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