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칠월 셋째 주말에 방학식을 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은 정규교과 수업이 없다. 학생들은 방학이 일요일과 같은 휴일들의 연속으로 여긴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늦게 일어나도 된다. 매일 매일의 교과수업이 반복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아할 수가 없다. 시작종도 없고 끝나는 종도 없다. 지각도 없고 조퇴도 없고 조회도 없고 종례도 없다. 시험도 없고 총점과 석차도 없는 기간이다. 나름의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반복되는 교과수업과 시작종과 시험과 석차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억제되었던 경험의 기회인 방학을 학원에서 고스란히 잃어야 하는 상황이 화가 난다.

교사도 학생 못지않은 해방감을 느낀다.

방학 기간에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면서도 가슴 어딘가 허전함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엇인가를 손아귀에서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과, 자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자책감과, 이래서는 안 되는데 그냥 방관하고 있다는 자괴감의 기억이 떠오른다.

학기 중에 사나흘 정도의 연휴를 만나는 행운을 얻으면 그 기간의 세세한 계획을 짠다. 한 달 가량의 방학을 맞이하여서 세세한 계획을 짰다는 기억이 희미하다.

방학 초기의 사나흘은 꿀을 혀에 묻히고 꽃향기를 코에 걸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해방감에 젖는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시간을 마냥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무엇인가 계획을 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편에서 뭉긋뭉긋 피어난다.

그때부터라도 계획을 하고 실천을 한다면 방학은 기회의 시간이 된다. 계획도 없고 실천도 없는 날을 보내다가 방학의 정점에 달하면 느리기만 하던 시간이 굴러 내리는 돌덩어리처럼 빠르다. 느긋함과 조급함이 만들어내는 똑 같은 시간의 다른 느낌이다.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들, 잘 할 수 있는 것들, 가보고 싶었던 곳들, 읽고 싶었던 것들, 보고 싶었던 것들을 방학 첫 날 아침에 조목조목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겪고 싶은 경험들을 나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 경험할 때의 망설임과 두려움, 주저하는 자신의 모습, 두근거리는 가슴을 포함하여 소박하게 적어보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만큼 깨닫고 이해할 수 있다. 경험은 통찰력과 분별력을 키워주는 스승이다. 방학은 경험의 기회다. 개학하는 날에 '아쉽고 후회되는 방학'과는 이별을 하고 싶다.




/김창식 충대부중 교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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