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환경단체들이 옥천에서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을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청호골프장반대 범유역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2012년에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관성개발’과 이를 협조하고 있는 옥천군 행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충청권 400만 시민의 식수원인 대청호 인근에 골프장이 건설되면 안 되는 이유는 많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그 이유로,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이나 제초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과 골프장에서 공개한 자료는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대청호로 바로 유입되는 골프장 농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 골프장은 지난 2012년 K개발이 옥천군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뒤 주민 설명회에 나섰지만, 현지 주민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 당시 관광 활성화와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골프장 건설이 필요하다는 일부 여론도 있었지만, 골프장 조성 반대 측의 상복시위와 천막농성 등에 묻혔었다.

그런데 10년 넘게 움직임이 없던 K개발이 최근 이 골프장을 다시 추진하기 위한 제안서를 옥천군에 내고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업체 측은 옥천군 동이면 지양리 대청호 인근 110만여㎡에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올해 안에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승인 절차 등을 밟는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지난 10월 31일 골프장 예정지에 대한 민관 합동 생태환경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혀보자는 것이다.

골프장개발업체 측이 ‘3차례 생태환경조사를 했지만 보호종은 없었고, 이를 주장한 환경단체를 신뢰 못 한다’고 밝혔던 만큼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공동으로 생태환경조사를 하자는 제안이다.

대청호는 충청권의 식수다. 무엇보다 가장 민감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잔디밭을 관리하기 위해 뿌려대는 농약은 대청호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400만 충청주민들의 식수엔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이 도출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골프장 예정 부지에는 팔색조와 수리부엉이, 삵 등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산다는 것이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5월과 6월 생태전문가 12명이 참여한 현장조사를 벌인 뒤,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의 울음을 확인했고, 새홀리기, 수리부엉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예정지 일부는 경사가 심해 난개발로 인한 안전사고까지 우려된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제시했었다.

대책위는 업체 측에 대해 전문가 조사 결과를 폄훼하지 말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생태조사를 했는지, 보호종을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닌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옥천군은 이런 현장 조사 결과가 담긴 의견서를 접수하고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옥천군은 업체 측이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제출해 오면 충북도에 도시계획시설 승인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옥천군과 충북도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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