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볼펜 한 자루를 생산 하려면 우린 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에 의존해야 한다. 어디 이에 국한 되랴. 생활필수품 다수의 생산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시설채소 농사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비닐하우스 안에 온도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연탄, 석유가 그것이다. 자동차 운행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해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땅콩 주택보다 마천루같이 하늘을 찌를 듯 한 높은 건물 안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게 생태계도 보전하고 에너지도 아끼는 일이라는 외국의 어느 학자의 보고도 있다. 그럼에도 우린 여유만 생기면 시내 근교의 전원생활을 꿈꾸고 삶 속에서 에너지를 펑펑 쓰는데 익숙하다.

이제 긴 장마가 끝나면 곧이어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이다. 한 해 중 유독 여름철과 겨울철에 전기 사용이 급증한다고 한다. 특히 지옥염천의 여름날엔 그 도가 극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이에 대하여 에너지 절약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갈 일이다.

전기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다. 전기를 일으키는 발전소로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수력, 화력, 풍력, 조력 등이 있다. 조력 발전소는 요즘 발전소 건설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생태계 파괴 때문이라고 한다. 조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긴 방조제가 필요한데 방조제를 만들면 해수 흐름이 바뀌고 순환 속도가 느려 어류나 저서 생물의 이동도 지장 받고 해양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갯벌도 망가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재생 에너지인 조력 발전소도 단점이 따르고 값싼 원자력 발전소에 기대어야 하는데 이번 일본 지진으로 인하여 원전의 안전이 세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다. 원자력 발전소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원자폭탄의 폭발적 에너지를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통제 하에서 안전하게 빼 쓰도록 고안한 장치 아닌가. 즉 핵분열이 빨리 일어나면 原爆이 되고 서서히 일어나면 原電이 되는 것이다.

한데 이 원전도 핵폐기물 처리문제 및 나중에 봉쇄 시 막대한 경비가 소요 되는 단점도 있다. 또한 일본처럼 자연의 대재앙이 일어날 경우 방사능 누출은 물론 원자폭탄과 맞먹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안전하지 못하다.

이런 저런 경우를 보더라도 현재 우리가 사용 하는 에너지인 전기는 화력인 경우 지구온난화를 야기 시키는 면도 있지만 원전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안전하다. 그런 전기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쓸 필요가 있다. 평소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콘센트에 꽂혀있는 플러그만 뽑더라도 에너지 절약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어느 병원엔 병실에 마련된 텔레비전을 동전을 넣어야지만 환자들이 볼 수 있게끔 장치해놓은 것을 보고 처음엔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마저 든 적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 차원에선 현명한 방법이었다고 무릎을 쳤다.

언젠가 지인의 병문안을 갔을 때 환자들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텔레비전이 켜져 혼자 떠들고 있었으나 어느 누구하나 그것을 끄려고 하지 않았다. 에너지 절약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아끼고 가르고 모으라는 말이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선 참으로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물건이든 석유가 원료로 쓰이지 않는 게 없잖은가.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엔 하다못해 음료수 병, 종이컵 한 개도 모두 비싼 자원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하나 이사철만 되면 아파트 쓰레기장엔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지기 예사이다. 얼마든지 손을 조금만 보면 쓸 만한 가구나 옷가지, 그릇 등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엔 벼룩 시장이 열려 남이 쓰던 생활용품, 헌옷이나 책, 가구 등을 구입해 쓰는게 일상화 돼 있다고 한다. 우리도 물론 구제옷 가게가 동네 곳곳에 문을 열어 헌옷 등을 판매하긴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 의식 속엔 남이 쓰던 물건들을 사용하는 것은 궁상맞은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 때 '소비는 미덕이다'라는 말이 있었으나 버려지는 물건을 가르고 모아서 쓰는 일도 삶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곧 에너지를절약 하는 지혜여서 더욱 그렇다.




/김혜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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