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초청 특강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이 본인의 ‘거취’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5선인 이 의원은 대전 유성을이 지역구다.

그는 “평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다면 발제하고 토론하고 싶었다는 뜻에서 한 것”이고, “앞으로 진로나 정치적 선택은 또 제 문제니까 제가 숙고해서 주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민감한 부분’은 비껴갔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날 대전을 찾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이날 국민의힘 혁신위와의 만남은 이 의원이 최근 민주당 탈당을 시사한 가운데 진행된 것이어서, 사실상 이 의원의 여당 입당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거취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는 있지만, 그동안 그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민주당 탈당과 국민의힘 입당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20일 탈당 후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재차 시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을 탈당한다면 국민의힘에 가는 것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다”며 “내 정치적 꿈을 펼칠 곳으로 적합하고 나를 반긴다면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금의 국민의힘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 내 역할이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토양이나 분위기가 그러면 개의치 않고 어디든 선택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이합집산의 판이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흐름은 늘 있어 왔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서울 출마를 종용하는 혁신위에 반발하는 ‘윤핵관’들로 인해 국민의힘은 진통을 겪고 있다. 권선동 의원은 “나를 윤핵관에서 빼달라”고 했고, 장제원 의원은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대놓고 드는 반기다. 물론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면, 이율배반적이기도 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는 12월 27일을 D-데이로 잡고 ‘신당’을 도모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자처하는 이른 바 ‘원칙과 상식’ 모임은 이재명 당 대표에게 칼날을 겨누며 탈당 엄포를 놓고 있다. 김종민, 윤영찬, 이원욱, 조응천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에 대해 친명계에선 ‘나갈테면 나가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 9월 21일 국회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찬성 149표 속엔 비명계의 ‘반란표’가 상당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에게 있어 ‘명분론’은 효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에겐 ‘철새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뒤따랐다. 총선 공천과 본선 당선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공천에서 밀려난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해왔던 전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묻고 싶다.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당은 자신에게 무엇인가.

정치인의 덕목은 철학과 신념이다. 그 토대 위에서의 정치 행위는 비록 큰 책임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자신의 실리만 쫓는 정치인이라면, 그는 이미 장사꾼일 뿐이라는 오명만 얻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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